유로화 사용 20개국이 속한 유로존의 소비자물가가 에너지 가격 하락으로 상승 폭이 크게 축소됐다. 다만 근원물가는 사상 최고를 기록해 금리 인상 속도 조절을 둘러싼 유럽중앙은행(ECB)의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31일(현지시간) CNBC방송 등에 따르면 유럽연합(EU) 통계기구인 유로스타트는 이날 3월 유로존 소비자물가가 1년 전 대비 6.9%(속보치)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3월(5.9%) 이후 10%대까지 치솟았던 소비자 물가 상승 폭이 1년 만에 6%대로 내려온 것이다. 전월 대비로는 상승 폭이 1.6%포인트 하락해 지난해 11월 이후 5개월 연속 둔화세가 유지됐다.
유로존의 소비자물가 상승 폭이 크게 줄어든 것은 에너지 물가가 안정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러시아의 유럽행 천연가스 공급 중단 여파로 급등했던 에너지 물가가 약 1년 만에 안정을 되찾았다. 에너지 물가의 경우 이달 들어 전년 대비 0.9% 하락해 지난 2월 상승 폭(13.7%)에서 크게 떨어졌다.
반면 식료품·주류·담배 물가 상승률은 1년 전보다 15.4% 뛰었다. 전월(15.0%)보다도 상승 폭이 더 컸다. 서비스 물가 상승률도 2월보다 0.2%포인트 상승 폭이 확대된 5.0%를 기록했다.
문제는 근원물가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료품 등을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은 5.7%로 전달(5.6%)에 이어 또 유로화 도입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에너지 가격 하락으로 소비자물가는 떨어졌지만,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가 잡히지 않고 있어 ECB가 당분간 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나온다.
ECB는 지난해 7월 이후 소비자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을 잇달아 단행한 바 있다.
영국 컨설팅업체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잭 앨런 레이놀즈 애널리스트는 "ECB가 소비자 물가 상승 폭 둔화보다는 사상 최고를 기록한 근원물가를 더욱 우려할 것"이라면서 ECB가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