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스마트팜부터 방산까지 '종횡무진'

건설업계 맏형 현대건설이 국내외 공공기관 및 민간 기업들과 협력을 통한 신사업 발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원전, 스마트팜, 방산 등 분야에 대한 경계도 없다. 회사 차원에서는 글로벌 긴축과 국내 부동산 경기 둔화에 따른 위기 극복을, 국가적 차원에서는 미래 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체결한 업무협약 총 11건, 올해는 3개월 만에 7건
서울 종로구 계동에 위치한 현대건설 사옥.[사진 제공=현대건설]

서울 종로구 계동에 위치한 현대건설 사옥.[사진 제공=현대건설]

원본보기 아이콘

29일 현대건설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올해 3개월 사이 총 7건의 업무협약을 맺었다. 건수로 국내 건설사 중 가장 많은 업무협약 체결이다.


분야도 파격적이다. 7건의 업무협약이 미래 산업으로 불리는 대부분의 영역을 아우른다.

먼저 현대건설은 지난달 글로벌 최대 건설사인 중국건축 제6공정국 유한공사와 ‘신시장 진출 확대를 위한 전략적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을 시작으로 ▲한국농어촌공사와는 ‘스마트 농업 기반 조성 및 해외 진출을 위한 MOU ▲국토교통부·한국항공우주연구원·현대자동차그룹·KT 등과는 ’한국형 도심항공교통 그랜드챌린지‘(K-UAM 그랜드챌린지) 실증사업 참가를 위한 업무협약에 나섰다.


이달에는 ▲서강대와 메타버스 플랫폼 구축과 서비스 개발을 목표로 기술 확보 및 인력 양성 ▲LH와 층간소음 기술협력 ▲한국수력원자력과는 청정수소 사업 및 기술개발 협력강화 ▲한국항공우주(KAI)와는 ‘K-방산 수출형 패키지 공동 개발 및 해외 신시장 개척’ 등의 업무협약을 맺었다.

윤영준 현대건설 사장(오른쪽)과 강구영 KAI 사장이 27일 서울 종로구 계동 현대건설 본사에서 K-방산 수출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사진 제공=현대건설]

윤영준 현대건설 사장(오른쪽)과 강구영 KAI 사장이 27일 서울 종로구 계동 현대건설 본사에서 K-방산 수출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사진 제공=현대건설]

원본보기 아이콘

작년에 현대건설이 체결한 11건의 업무협약이 국내외 산업에서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는 이슈와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확연한 변화다. 현대건설은 작년에 원전관련 4건 및 ESG(환경·사회·지배구조)관련 2건, 건설 관련 4건, 에너지 관련 1건 등을 체결했었다.

사업다각화와 미래 산업 경쟁력 확보에 앞장

업계에서는 현대건설의 다양한 분야 업무협력 행보에 대해 2가지 분석을 내놓고 있다. 먼저 현대건설이 주택사업에 치중된 매출 비중을 줄이고 신사업을 통한 수익 다변화에 본격적으로 나섰다는 것이다.


사실 현대건설은 주거 브랜드 ’디에이치‘와 ’힐스테이트‘를 앞세워 높은 수주고를 올리는 것은 물론 매년 수만 가구를 공급하는 주택사업 강자다. 매출 비중이 국내 건축·주택 부문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건설의 국내 건축·주택 부문 매출 비중은 2019년 43.5%(7조6922억원), 2020년 45.8%(7조8649억원), 2021년 48.6%(8조9217억원), 2022년 49%(10조5958억)를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시작된 금리 인상 등에 따른 건설경기 둔화 및 건자재 가격 상승 영향으로 수익성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현대건설의 총매출액은 주택사업 매출 비중 확대로 21조2391억원을 기록해 전년보다 17.57% 늘었지만, 매출원가율이 92.9%로 2.8%포인트 증가했다. 이에 따라 영업활동현금흐름이 1434억원 손해를 기록했다. 전년에는 1조94억원의 현금이 순 유입 된 것과 비교된다.


결국 주택 사업 의존도가 높은 현대건설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사업 다각화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인 셈이다.


윤영준 현대건설 사장은 지난 23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글로벌 긴축 그리고 국내 부동산 경기 둔화는 경영 부담을 가중할 것"이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수소생산기지 구축 등 미래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런가 하면 올해 체결한 현대건설의 업무협약이 결국 기술력 때문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미래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국내외 공공기관과 민간 기업들이 현대건설을 찾고 있다는 설명이다.


대표적인 것이 한국수력원자력과 체결한 청정수소 사업 및 기술개발 협력 강화 업무협력이다. 현대건설의 수소관련 건설 분야 기술력은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우수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이미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의 수전해 기반 수소생산기지 구축사업 공모에도 선정됐으며, 부안 신재생에너지 연구단지에 수소생산기지를 건설하고 있다.


정부와 민간기업 등과 손잡고 추진 중인 한국형 도심항공교통 그랜드챌린지 실증사업 업무협약 역시 국내 건설사 중에는 현대건설이 가장 적임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산업 특성상 주사업자 현대자동차그룹과의 업무 협력은 무시할 수 없는 현대건설만의 특장점이다.


한 대형 건설사 임원은 "몇 년 전부터 국내 건설사들이 눈앞에 이익만 좇는 주택사업에 치중하면서 오히려 국가적인 차원의 글로벌 산업 경쟁력이 약화됐다"며 "건설은 모든 산업에 있어 기반을 만드는 분야로 당장은 수익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국가 산업의 미래 경쟁력 확보와 먹거리 창출을 위해 현대건설과 같은 신사업 발굴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솔직히 경쟁사지만 변화를 모색하는 현대건설이 부럽다"고 덧붙였다.


중형 건설사 관계자는 "신사업도 현대건설이니까 가능한 것"이라며 "그만큼 현대건설이 업력과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어 국내외 공공기관과 민간 기업들이 협력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차완용 기자 yongcha@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