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A 노선이 지나가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 일대 주민들이 “아파트 밑으로 지나가는 GTX A 노선의 실시계획을 취소해달라”며 행정소송을 냈으나 패소했다. 이 판결은 주민들이 항소하지 않아 확정됐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재판장 김순열 부장판사)는 GTX A 노선이 주거지 지하를 지나가는 청담동 주민 240여명이 국토교통부 장관을 상대로 낸 민간투자사업 실시계획승인 처분 등 취소소송 1심에서 최근 원고 패소 판결했다. 2019년 3월 소송 제기 이후 4년만이다.
GTX 사업은 서울시와 경기도 주요 거점역을 잇는 광역급행철도를 건설해 수도권 교통혼잡 완화 및 수도권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목적으로 추진됐다. 정부는 2027년 완공을 목표로 GTX A노선(운정~동탄), B노선(송도~마석), C노선(덕정~수원) 일부를 착공한 상태다. 하지만 노선 결정을 두고 지역주민들의 관련 민원이 잇따라 일부 구간의 사업이 지연됐다.
이중 이번 소송에 관련된 A 노선은 경기 파주시 운정역에서 서울 강남구를 지나 경기 화성시 동탄역까지 83.1㎞ 구간을 연결한다. 국토부는 2016년 GTX A 노선의 ‘한강통과구간’의 최적 노선으로 올림픽대로 하부를 이용해 청담동 소재 일원을 통과하는 노선을 선정했다. 2018년엔 ‘민간투자사업의 실시계획’ 승인처분 및 고시를 완료하고, 이듬해 2차례에 걸쳐 사업 면적 및 규모를 일부 변경했다.
이 과정에서 사업편입 토지에 이번 소송을 제기한 청담동 주민들의 아파트 단지가 새로 포함됐다. 이씨 측은 “GTX가 지나가면 지반 침하와 건물 균열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실시계획승인 처분을 취소하라고 행정소송을 냈다.
재판 과정에서는 “의견청취 절차가 없거나 불충분했고, 관계 서류 송부 및 열람 절차도 지켜지지 않는 등 절차적으로 위법했다”며 “소음 및 진동 등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내용도 신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 노선이 청담동을 지나가도록 결정하는 과정에서 ‘이익형량’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이익형량이란 여러 기본권이 충돌할 때 보다 높은 가치의 기본권이 낮은 가치의 기본권보다 우선적으로 보호돼야 한다는 원칙이다.
그러나 행정법원은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 국토부는 관련 서류를 지역 구청에서 열람할 수 있도록 했고, 의견청취 공고를 등기우편 방법으로 발송했다”며 절차적으로 적법한 처분이었다고 판단했다. “환경영향평가 시뮬레이션에 사용된 프로그램은 한국터널공학회에서 검증된 것이고, 검토 방식이 민간투자법 등 관련 법령에 어긋나거나 타당하지 못한 방법이라고 볼 수 없다”고도 밝혔다.
아울러 “국토부는 이 사건 처분에 앞서 안전성, 소음, 진동 등에 관한 조사를 거쳐 이익형량을 했다. 협업 내지 타당성 조사 등을 거쳐 이뤄진 이익형량에 정당성과 객관성이 없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국토부는 노선계획 및 적정 정거장간 거리를 계획하되, 광역급행철도 기능의 확보, 장래 남북철도 연계 및 민원예방, 사업비 절감 등을 두루 고려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대규모 아파트 단지인 한남 재정비 개발지구 부지 및 압구정 대단지 아파트 저촉을 최소화하고, GTX 기본계획 노선과 연계를 고려한 대안노선으로 청담동 노선이 제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강남구청은 사유지 저촉을 최소화할 수 대안노선으로 ‘한강우회노선’을 제시했지만, 이는 한강 밑으로 통과하는 부분이 청담동 노선(1070m)보다 약 3배가 길어져 열차속도가 제한되는 등 사고발생 우려가 높고, 사고 대처가 어려우며, 속도를 낮춰야 한다. 광역급행철도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 곤란해 사업의 근본 목적을 현저히 저해한다는 지적 등에 따라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재판부는 덧붙였다. 이씨 등이 항소하지 않으면서 이번 주민 패소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