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월 추락 헬기, '목적 다른 비행' 사실 드러나

강원도, 산불 진화 목적 임차계약 체결
헬기 업체, '정비 사유'로 회수 후 자재 운반 투입

강원도 영월에서 송전탑 공사 자재 운반 도중 추락한 헬기가 애초 산불 진화 목적으로 임차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경찰과 항공 조사 당국은 사고 헬기가 비행 목적과 달리 비행한 경위 등 조사에 나섰다.

16일 경찰과 서울지방항공청은 "사고 헬기가 비행계획서에 기록된 비행 목적과 달리 공사 자재 운반에 사용된 경위를 밝히기 위해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영월 헬기 추락 사고 현장 [이미지 출처=연합뉴스]

경찰 등에 따르면, 사고 헬기는 담수 용량 910L급으로 1995년에 제작한 28년 된 소형 기종으로 강원도가 오는 5월까지 산불 진화용으로 임차했다.

하지만, 헬기 업체가 '정비 사유'로 지난 9일 강원도로부터 회수한 뒤 산불 진화 임무에서 제외하고, 10일부터 사흘 일정으로 송전탑 보강 공사에 투입했다.

이후, 헬기 업체는 강원도에 대체 헬기를 보내겠다고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이후, 해당 업체는 목적 외 헬기 운항에 대한 명확한 경위를 밝히지 않고 있다.

서울지방항공청에 보고한 비행계획서에는 춘천과 홍천 등을 순찰한다고 돼 있지만, 실제로는 화물을 운반한 것이다. 실제로 사고 현장에선 송전탑 보강 공사를 위한 자재들이 발견됐다.

박태규 서울지방항공청 항공안전과장은 "제출한 대로 항공법에 따라서 비행을 제대로 준수를 했는지와 이륙 전에 비행 항공기 정기 점검은 제대로 했는지 살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찰과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조사위원회는 비행계획서대로 운항하지 않은 이유 등 정확한 사고 원인과 경위를 조사 중이다.

헬기 추락 원인에 대해선 헬기가 송전선로에 걸렸을 경우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앞서 15일 오전 7시 46분쯤 영월군 북면 공기리 일대에서 'AS350B2 기종'의 민간 헬기 1대가 인근 산 중턱으로 추락했다.

이 사고로 기장 노 모(64) 씨와 송전탑 공사 관계자 이 모(56) 씨가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119에 의해 각각 구조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숨졌다.

라영철 기자 ktvko2580@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