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내 집 마련을 위한 필수품이던 청약통장 가입자 수가 8개월 연속 감소했다. 분양가는 치솟는데 집값 하락으로 '로또 청약'이 사라지자 이탈 행렬이 이어지는 분위기다. 다만 1·3 대책으로 청약 규제가 완화된 덕분에 가입자 감소폭은 줄어들고, 신규 가입자도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
16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 수는 2613만7772명으로 집계됐다. 전월 2623만6647명 대비 10만명 가까이 줄어든 수치다. 이로써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지난해 6월 2703만1911명을 기록한 이후 7월부터 지난달까지 8개월 연속 감소세를 나타냈다.
청약통장은 부동산 호황기 내 집 마련을 위한 필수품으로 통했다. 당시에는 분양가가 시세에 훨씬 못 미쳐 당첨만으로도 수억 원 시세차익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미국발 고금리 여파로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서 청약통장을 해지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아파트값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데 원자재비와 인건비 상승으로 분양가는 치솟으면서,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없어졌기 때문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민간아파트 분양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 1월 3.3㎡당 전국 평균 분양가는 1571만5000원으로, 5년 전 1036만2000원 대비 51.66% 상승했다.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붙은 분양권이 속출해 이제 청약 통장 없이도 신축 아파트를 살 수 있는 만큼, 저금리의 청약통장을 붙잡고 있을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특히 청약 당첨 가능성이 희박한 저가점자 중에서는 고금리를 보장해주는 예/적금 상품으로 갈아타려는 수요가 상당한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정부가 1·3 대책을 통해 청약 규제를 대거 완화되면서 청약통장 가입자 수 감소세는 확연히 둔화하는 추세다. 지난해 11월과 12월 각각 21만990명, 23만1522명이 이탈했는데 지난달에는 9만8875명 감소에 그쳤다.
무엇보다 가점제가 아닌 추첨제 물량이 많이 늘어난 것이 주효했다. 정부는 강남·서초·송파·용산구를 제외한 서울 전역을 규제지역에서 해제했는데, 비규제지역의 경우 전용 85㎡ 이하는 60%, 85㎡ 초과는 100%를 추첨제로 배정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청약통장 가입 기간이 짧아 가점이 낮은 젊은 층이나, 이미 주택이 있는 사람들도 청약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여기에 서울을 중심으로 청약 흥행 사례들이 잇따르고 거래절벽이 해소되는 등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변하면서 청약통장을 그대로 갖고 있어야 한다는 심리도 강해졌다. 최근 청약이 진행된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영등포자이 디그니티’의 경우 1순위 경쟁률이 198.76 대 1에 달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 연구원은 "청약 성적이 저조한 지역 중심으로 통장을 짧게 보유한 가입자들의 이탈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다만 최근 추첨제 물량이 늘고, 전매제한이 완화되면서 신축에 대한 수요가 있는 인기 지역에서는 청약통장에 대한 관심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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