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칼럼]이미지 과잉의 시대, 문학과 책의 쓸모

우리 시대는 ‘눈앞의 것’만 보게 하고, 장기적인 삶에 관해서는 실명하게 만든다.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유튜브 등 미디어에는 매일 쫓아가야 할 것들이 넘쳐난다. 남들은 다 가는데 나만 못 간 것 같은 각종 ‘핫플’들, 남들은 다 가졌는데 나만 없는 온갖 아이템이나 굿즈·명품, 남들은 다 봤는데 나만 못 본 것 같은 드라마나 영화, 남들은 다 아는데 나만 모르는 이슈들이 매일의 삶을 채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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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눈앞의 것들은 대부분 소비사회의 현상이고, 누군가의 이익과 관련되어 있다. 우리가 삶의 장기적인 전망이나 의미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대신, 그런 것들을 실시간으로, 초 단위로 쫓으면 쫓을수록, 그 모든 관심은 누군가의 ‘돈’이 된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삶의 장기적인 전망, 삶의 의미, 나만의 가치라는 것을 지니고 그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독서’가 매우 중요하다고 믿는다. 왜냐하면 그 모든 것들은 ‘보이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시대는 보이는 것의 과잉에 빠져 있다. 하루종일 스마트폰을 통해 보는 이미지들의 컷 수나 장 수는 셀 수 없을 지경이다. 대부분의 사람이 하루종일 무언가를 쳐다보느라 눈의 아픔을 호소할 정도다. 그런데 삶의 미래와 의미를 응시하려면 눈을 감아야 한다.

특히, 문학은 우리가 눈으로 보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 본다는 점에서 그런 보이지 않는 삶을 내 안에 키워내는 능력을 준다. 마음으로 삶을 보는 법을 배우고, 삶을 총체적으로 사유할 수 있게 된다. 타인을 볼 때도 그 사람의 외면만 보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의 심리나 내면, 마음을 보는 법을 배우게 한다. 문학은 우리가 장면 하나에서부터 그 인물, 그 인생까지 마음으로 상상해서만 볼 수 있기 때문에, 바로 그 보이지 않는 것과 계속 접촉하게 하기 때문에, 모든 ‘보이는 것’과 싸울 힘을 길러준다.


이미지 과잉의 시대를 건너는 방법은, 그 과잉된 이미지 반대편의 무언가를 키우는 것이다. 물을 막으려면 흙으로 둑을 쌓아 올려야 하듯, 그 무언가와 싸우려면 그것과 반대되는 것을 구축해야 한다. 외적인 이미지들과 싸우려면 내적인 이미지들을 쌓아야 한다. 내적인 이미지에 대한 시력을 회복하여, 자기 삶의 중심을 지키는 법을 배워야 한다.


인생을 장기적으로 보는 안목은 너무 중요하다. 사실상 삶의 거의 모든 것은 장기적으로만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사랑은 눈앞의 사람에 유혹당하는 것부터 시작하지만, 깊은 애정은 결국 오랜 시간, 추억, 대화, 함께 살아가고자 하는 삶의 방향 같은 것들이 어우러지며 만들어진다. 거의 모든 성취, 예술에서나 사회에서의 성취는 긴 시간에 대한 신뢰, 노력, 꾸준함으로 달성된다.

내가 매일 책을 읽는 건 그냥 책이 좋아서도 있지만, 책을 읽을 때마다 내가 이 눈앞의 현란한 세계에서 벗어나, 더 깊고 넓은 삶에 들어간다는 것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 내적인 세계에서, 나는 눈앞의 것들로부터 살짝 벗어나 더 기나긴 삶에 대한 관점을 가진다고 느낀다. 그것이 내 삶을 지키게 하고, 내 중심을 갖게 해준다고 느낀다. 그렇게 내 안의, 내 삶을 위한 힘을 길러주는 것이 곧 문학의 쓸모이자 책의 쓸모이고, 우리 시대를 건너는 방법이기도 한 것이다.


정지우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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