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찾은 경기 용인 수지구 신봉동 우리하나은행 공동점포 신봉점.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50평 남짓한 점포를 나눠 쓰고 있었다. 중앙 가림벽을 사이에 두고 창구가 2개씩 놓인 모습이 마치 ‘데칼코마니’ 같았다. 두 은행은 번호표 발급기, ATM(현금자동입출금기)를 각자 따로 쓰고 안내 직원도 따로 두고 있다.
지난해 4월 문을 연 이 점포는 은행권에서는 최초로 두 은행이 한 공간에 공동점포를 개설한 사례다. 개점 초기에는 이를 낯설어하는 고객들이 많았지만 1년가량 지난 지금 많은 주민들이 찾고 있다. 지난 1년간 인근 두 개 시중은행 점포가 폐쇄되면서 이 지점은 동네에서 이용할 수 있는 유일한 오프라인 점포가 됐다. 현재 일일 방문 고객 수는 60~70명 수준으로 개점 초기보다 늘어났다.
은행권 점포 폐쇄가 가속화하면서 금융 소비자들의 불편이 커지는 가운데 공동점포가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디지털 전환과 비대면 서비스 확대로 은행 오프라인 점포는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2018년 말 3322개이던 시중은행들의 국내 지점 수는 2019년 3256개, 2020년 3139개로 점차 떨어져 2021년 2930개, 지난해 말에는 2739개로 집계됐다. ‘미니점포’ 개념의 출장소 수도 2018년 512개에서 지난해 말 349개로 감소했다.
이에 따라 고령층 등 오프라인 금융서비스가 필요한 소비자들의 불편함은 커지는 부작용이 생겼다. 공동점포는 은행 입장에서는 인력과 점포 운영비를 줄일 수 있고, 고객 입장에선 금융 서비스 접근성을 확보할 수 있어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선택지라는 평가다.
이 점포 역시 고령층이 주 고객이다. 기자가 찾은 이날 오후 고객 10명 중 8명은 50대 이상 중장년층이었다. 이에 점포를 ‘고령층 특화점포’로 운영하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고령층 고객 대응 경험이 있는 직원을 배치하고 낙상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다른 점포와 달리 타일을 쓰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고객 만족도도 높다. 이날 은행을 찾은 김모(85)씨는 “디지털 기기 사용이 어려워 간단한 입출금 업무도 은행에 직접 와서 처리한다”며 “이 점포가 없었을 땐 도보로 20~30분 떨어진 수지구청 등 번화가까지 나가야했는데 집 근처에 있으니 훨씬 편하다”고 말했다. 50대 남성 곽모씨도 “인근에 은행 점포가 다 사라지고 있어서 어르신들 불만이 많다. 이 점포라도 있어서 다행”이라고 전했다.
물론 공동점포여서 제한되는 업무도 적지 않다. 상위 점포에 소속돼 있는 소규모 점포다 보니 현금 입출금 한도 100만원 이하, 이체 1000만원 이하로 제한돼 있고 경쟁을 막기 위해 수신상품, 투자상품 등의 판매나 홍보도 제한된다. 대출 원금이나 이자 납부, 카드발급 및 조회, 제신고 등 간단한 업무만 가능하다. 오후 12시부터 1시까지 점포 문을 닫는 것도 이 점포만의 특징이다. 직원이 두 명밖에 없는 탓에 1명으로는 보안사고에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높은 만족도에도 공동점포 개점은 더디게 이뤄지고 있다. 현재 공동점포는 경기 양주·경북 영주(KB국민·신한은행), 부산(KB국민·BNK부산은행)에 각 하나씩 있는 게 전부다. 은행 관계자는 “복수의 은행이 같은 니즈를 가지고 공동점포를 기획하고 운영하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공동점포를 열기에 적합한 지역과 면적이 넓은 점포를 찾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