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종가세 때문에 국내 맥주 업체들이 타격을 받기 시작한 겁니다. 국내 제조 맥주는 출고되는 시점의 가격에 세금을 매깁니다. 그러다 보니 제조하는 과정에 들었던 비용과 유통 등을 위한 판매관리비, 매출, 이익 등이 모두 포함된 가격에 세금이 붙었죠. 당연히 맥주 업체들이 부담해야 할 세금도 많았을 거고요.
그런데 수입 맥주는 수입을 신고하는 시점의 가격에 세금을 매깁니다. 수입 후 유통에 드는 비용이 빠지다 보니 상대적으로 저렴한 세금을 냈죠. 세금부담이 적으니 수입 맥주 업체들은 가격을 훨씬 저렴하게 책정할 수 있었고요. 덕분에 수입 맥주 업체들은 ‘4캔 1만원’처럼 공격적인 마케팅이 가능했지만 국내 업체들은 불가능했습니다.
이에 정부는 2020년 1월1일부터 맥주와 탁주세에 부과하던 종가세를 종량세로 전환했습니다. 국세청에 따르면 당시 캔맥주의 경우 종가세였을 때 붙었던 세금이 1리터당 1121원이었지만, 종량세 전환으로 세금은 830원으로 291원 줄어들었죠. 국산 수제 맥주가 다양해진 것도, 국내 맥주 업체들이 ‘4캔 1만원’ 프로모션을 펼치게 된 것도 종량세 전환 덕분이었고요.
단 소주는 위스키나 와인처럼 그대로 종가세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소주도 ‘증류주’이기 때문에 같은 증류주인 위스키나 와인과 세금체계가 같아야 하거든요. 1997년 유럽연합(EU)과 미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한국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난 결론입니다.
그래서 맥주·탁주의 종량세 전환으로 문제점도 생겼습니다. 바로 과세 형평성인데요. 사실 종량세는 일반적인 세금체계가 아닙니다. 종량세를 적용하면 물가가 오를 때마다 세금을 깎아주는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매년 상품의 가격은 오르고 수입도 늘어나는데 세금은 가격이 아닌 양에 따라 매기니 그대로인 거죠. 지금도 종가세가 적용되는 소주·와인·위스키는 물가가 오를수록 세금 인상 부담을 고스란히 지고 있고요.
따라서 정부가 도입한 게 ‘물가연동제’입니다. 정부가 매번 물가에 맞춰 세금을 올릴 수도 있지만 과정이 복잡하겠죠. 대신 조세제도에 물가연동제를 만들어 놓으면 물가가 오를 때 자동으로 세금이 인상됩니다. 과세 형평성 문제도 다소 완화되고요.
그런데 추경호 부총리는 왜 물가연동제의 폐지를 말했을까요? 주류업계의 최근 가격인상 정책이 원인입니다. 추 부총리는 “예를 들어 (물가연동제로) 세금이 15원 올랐는데 맥주가격을 1000원에서 1015원으로만 올렸느냐”며 “소비자의 물가를 편승인상하는 효과가 있어서 근본적으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물가연동제로 세금이 매년 오르는데 실제 주류업체들이 이를 빌미로 제품가격을 더 많이 올리는 경우가 있었다는 주장입니다.
추 부총리는 물가연동제의 대안으로 “전문가들과 협의해볼 생각”이라면서 “일정 시점에 한 번씩 국회에서 세액을 정해주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