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9일(현지시간) 90발에 가까운 미사일과 자폭 드론으로 우크라이나 각지에 대규모 공습을 벌였다. 주요 전선지역인 바흐무트에서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지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후방지역 공습을 통해 사기를 꺾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러시아는 지난주 우크라이나와 인접한 본토 브랸스크주에서 발생한 교전에 대한 보복 공습이라는 입장이다.
A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번 공습은 수도 키이우와 우크라이나 제2의 도시 하르키우, 흑해 항구도시 오데사를 포함해 10개 지역의 에너지 기반 시설이 주요 목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군은 이날 러시아군이 극초음속 미사일 '킨잘' 6기를 포함한 미사일 81기, 자폭 드론 8기를 발사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방공망이 순항 미사일 34기, 자폭 드론 4기를 요격했으나, 나머지 미사일들로 인해 서부 르비우에서 5명, 남동부 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에서 1명이 사망했다.
비탈리 클리치코 키이우 시장은 키이우에서 최소 2명이 다쳤고, 도시의 40% 지역에서 난방이 중단됐다고 전했다. 올레 시녜후보우 하르키우 주지사는 하르키우시가 우크라이나 방공망으로는 막을 수 없는 S-300 탄도 미사일 15기의 공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유리 이흐나트 공군 대변인은 "이번은 매우 다양한 미사일을 섞어 쓴 최초의 대규모 공격이었다. 이전까지 이런 공격은 없었다"고 말했다.
공습으로 주요 에너지 시설이 피해를 보면서 러시아가 점령 중인 자포리자 원전의 운영을 위한 전력 공급도 차단됐다. 원전 전력 공급은 안전 유지에 필수적이다. 원전 내 냉각 시스템에 전력이 공급되지 못하면 원자로 과열로 핵연료봉 다발이 녹는 노심용융(멜트다운)이 발생하고, 방사성 물질이 누출되는 중대 사고가 생길 수 있다. 우크라이나 국영 원전기업 에네르고아톰은 자포리자 원전에서 비상용 디젤 발전기가 가동 중으로, 디젤유 열흘치가 확보돼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 전역엔 전기 공급이 제한되고 있다. 국영 전력기업 우크레네르고는 공습에 따른 전력 시설 피해 확대를 막기 위해 전국적으로 전기 공급이 제한되고 있으며 3개 지역에선 정전이 길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적군은 우크라이나인을 위협하기 위해 81기의 미사일을 발사하는 보잘것없는 전술로 돌아갔다.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민간인을 공포에 떨게 하는 것뿐"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이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그들은 자신들이 저지른 모든 일에 대한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국방부는 성명을 통해 "지난 2일 브랸스크 지역에서 우크라이나 정권이 조직한 테러 행위에 대한 대응으로 대규모 보복 공격을 가했다"고 밝혔다.
이어 "킨잘 극초음속 미사일을 포함해 고정밀 장거리 무기가 우크라이나군 기반시설, 군산복합체, 그리고 이들을 지원하는 에너지 시설을 공격했다"며 "모든 목표물을 타격했고 공격 목표가 달성됐다"고 덧붙였다.
지난 2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인 러시아 서부 브랸스크주에 침투한 우크라이나 공작팀이 민간인을 공격해 1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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