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함평군 '무지개 장애인 근로사업장'의 내부는 대낮인데도 어둠이 짙게 깔렸다. 방치된 지하창고처럼 스산한 분위기마저 풍겼다.
화장실은 빛 한 점이 들어오지 않아 걸음을 내딛기가 어려웠고, 작업장은 평소 '윙윙' 기계 작동 소리와 함께 근로장애인들의 분주한 손길로 쉴 틈 없었지만 현재는 아무도 찾지 않는 쓸모없는 공간처럼 보였다.
최근 재수탁기관 선정에서 떨어진 A재단 측이 시설 부지 소유권을 주장하고 나서며 무단으로 전기를 끊어버렸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자 A재단 대표이사로부터 '포괄위임장'을 받아 실질적인 최고 결정권자 역할을 하고 있으며 해당 부지의 메인 전기시설이 있는 함평군립요양원의 원장을 맡고 있는 B씨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러면서 과거 '국가보조금 유용'으로 벌금 3000만원을 선고받은 범죄사실이 재조명돼 재단 안팎에서는 시설장을 교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아시아경제 호남본부 취재를 종합해보면 B씨는 2021~2022년 사기·사무서위조·위조사문서행사 등 혐의로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2심에서 벌금 3000만원이 확정됐다.
B씨는 A재단 대표이사로 재직하던 2017년 9월~2019년 9월까지 진료기록부를 위조하는 등 수법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부당하게 장기요양급여비용(약 7600만원)을 지급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확정판결(2심)을 받은 뒤 지난해 12월 스스로 대표이사에서 이사로 내려오면서 "미숙함을 느껴 자리에서 물러나려고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2017년부터 맡아온 요양원장 자리는 그대로 유지했으며, 책임을 지겠다는 공언과 달리 현재까지 대표이사로부터 '포괄위임장'을 받아 실질적 최고 결정권자 역할을 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대표이사는 포괄위임장을 써준 이유에 대해 "이 문제에 관여하고 싶지 않고, 알더라도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국가보조금 유용에 따른 문제는 재단 내부 징계 절차가 이뤄지지 않은 것을 봤을 때 대표이사직을 사임하는 것으로 일단락 됐다고 예상된다.
재단 운영규정 제54조(징계의 사유)를 보면 '품위를 손상하는 등 공익을 저해하는 중대한 행위를 하거나 법인(시설)의 체면 또는 위신을 손상할 때 징계하도록 돼 있다'는 규정은 작동하지 않은 셈이다.
재단 내부 한 관계자는 "유죄판결을 받은 대표이사가 자신의 흠결로 인해 근로사업장 수탁기간을 연장하지 못할 것을 우려해 '바지 사장'을 세워 책임을 진 것처럼 가짜 쇼를 한 것"이라며 "현재 대표이사 대행자라는 이상한 명분을 가지고 관련 업무를 하고 있는 것만 봐도 속셈이 뻔히 보인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중범죄에 해당하는 일을 저지르고도 징계 등 제대로 된 책임을 지지 않고 지금까지 요양원장으로 근무하며 급여를 받고 있는 것은 근면 성실하게 일하는 사회복지종사자에게 상처를 주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B씨는 "사법적 책임을 모두 졌고, 현재 시설장으로 재직하는 것도 법적인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이후 입장을 다시 확인하기 위해 수 차례 전화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으며 문자 메시지를 통해 '더 할 말이 없다'고 밝혔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