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시세를 견인하는 이른바 ‘대장 아파트’ 가격 낙폭이 줄고 있다. 지난해 계속된 금리인상과 경기위축 여파로 대장아파트의 하락폭은 역대 최대를 기록했지만, 최근 대대적인 규제 완화 영향으로 하락세가 완만해지는 분위기다. 다만 온전한 집값 회복세로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전망도 나온다.
6일 KB국민은행이 발표한 월간주택동향에 따르면 2월 ‘KB선도아파트50’ 지수는 전달 대비 0.84% 하락했다. 이는 전달(-2.17%)보다 하락폭이 절반이 넘는 1.33%포인트 줄어든 수치다. 이 지수는 지난해 11월 3.14% 하락하며 역대 최대 낙폭을 기록한 이후 3개월 연속 하락폭이 줄어든 셈이다.
KB선도아파트 지수는 전국 아파트단지 중 시세총액 상위 50개 단지를 선정해 시가총액 변동률을 나타낸 지수다. 가격변동 영향을 가장 민감하게 보여주고 있어 주택시장을 한발 앞서 내다보는 선행지표로 주로 활용된다. 잠실주공5단지, 아크로리버파크, 은마아파트 등 강남권 주요 단지들이 대거 포함됐다.
해당 지수의 하락폭이 줄어든 것은 정부의 1·3 부동산 대책에 따른 여파로 풀이된다. 서울의 규제지역이 대부분 풀리고 다주택자 대출도 완화되면서 급매물 거래가 줄어드는 모습이다. 시세총액 1위인 서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인근 A공인중개사사무소(공인) 관계자는 "작년에 가격이 많이 떨어진 데다 규제도 완화되다 보니 올 들어 매수 문의가 많이 늘어났다"라며 "이들 중에는 상급지로 ‘갈아타기’를 하려는 수요자들도 꽤 있는 듯 하다"라고 전했다.
특히 선도50아파트의 절반 이상이 몰려있는 강남3구(강남, 서초, 송파구)의 경우 지난해 금리인상 등의 여파로 가격 급락세가 심했던 탓에 최근 낙폭이 급감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동남권역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지난달 -0.75%를 기록하며 전달(-1.38%)보다 절반 가량으로 감소했다. 이는 하락폭이 가장 극심했던 지난해 12월(-2.05%)과 비교하면 두 달 새 1.30%포인트나 줄어든 셈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작년에 가격 조정을 크게 받은 지역은 기저효과(기준시점에 따라서 경제지표가 원래의 상태보다 크게 부풀리거나 위축되는 현상)로 인해 낙폭이 줄어든 것으로도 볼 수 있다"라며 "여기에 연이은 집값 하락으로 매수자와 매도자 간의 간극이 줄어들며 거래가 활성화 된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폭락했던 실거래가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84.99㎡(전용면적) 매매가는 지난해 11월 18억원에서 올 1월 15억3000만원까지 떨어졌지만 2월에는 18억9000만원으로 다시 올랐다. 지난해 11월 36억5000만원에 거래됐던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84.93㎡도 같은 해 12월 31억원까지 떨어졌지만, 지난달에는 다시 33억원까지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재건축 단지들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게 한몫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겹겹이 쌓였던 규제가 풀린 서울 내 주요 재건축 단지들이 최근 사업에 탄력을 받으면서 수요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서울 재건축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지난달 -0.12%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2월(-0.35%), 1월(-0.28%)보다 확연히 하락폭이 줄어든 수치다.
실제로 주요 재건축 단지의 실거래가도 살아나고 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76.79㎡는 지난달 20억3000만원에 손바뀜하며 지난해 9월(21억4000만원) 이후 최고가를 기록했다. 인근 대치동 B공인 대표는 "재건축 규제가 풀리면서 사업에 속도가 붙는다는 소식이 퍼지자 문의가 꾸준히 늘고 있다"라며 "수요가 많다보니 가격이 더 하락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 5단지 82.61㎡ 평형은 지난달 25억600만원에 거래되며 지난해 9월 이후 처음으로 25억원대를 회복했다. 양천구 신정동 목동신시가지 14단지 108.28㎡ 평형은 지난달 말 17억5000만원에 거래되며 지난해 10월 가격(16억원)보다 1억5000만원 올랐다.
다만 이러한 흐름을 온전히 집값의 회복세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송승현 대표는 "최근 들어 낙폭이 줄어든 것은 맞지만 하락세 자체가 꺾였다고 보기는 어렵다"라고 말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규제완화 등의 정책으로 시장의 분위기가 바뀐 것은 맞지만 아직 회복세라고 단정하기는 이르다"라며 "추후 추격매수로 이어질지도 미지수인데다 집값 고점 인식이 여전히 남아있다 보니 반등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본다"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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