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 "역대 '비호감 대선'에 이어 총선까지 '비호감' 대결이 되게 할 수는 없다. 정치개혁을 거부하는 집단은 다음 총선에서 심판을 받을 것이다."
20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민주당 전 간사이자 당 정치혁신위원회 자문위원인 김영배 의원은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정치권 전체가 국민들에게 탄핵에 가까운 평가를 받고 있다. 더 이상 현 정치체제는 지속가능하지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의원은 지금처럼 정치개혁 이슈가 큰 주목을 받지 않았던 지난해 9월부터 소수 여야 의원들과 함께 정치개혁 관련해 논의하는 자리를 가졌다. 매주 금요일 아침 7시30분마다 같은 당의 이탄희 의원, 국민의힘의 강민국·최형두 의원과 함께 한 모임이 바로 '초당적 정치개혁 의원모임'의 시초다. 이후 35명으로 늘었다가 최근 여야 중진의원 9명이 별도로 기자회견을 하면서 141명까지 세가 불었다. 조만간 180명 가량이 뜻을 함께 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 의원은 여야 대립 속에서도 이같은 '초당적' 모임에 많은 의원들이 합류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 정치개혁 논의가 시급하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김 의원은 "'무한정쟁·승자독식·발목잡기·지역구도·팬덤정치'로 요약되는 정치의 악성 종양을 제거해야하는 상황이 왔다. 인체에 비유하자면 '기능부전'을 넘어 통증에 신음하는 순간"이라면서 "정치개혁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배경"이라고 말했다.
현재 정개특위에서는 '소선거구제+병립형 비례대표제', '소선거구제+권역별·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권역별·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전면적 비례대표제' 등 4개 대안을 2개로 좁히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3월까지 특위 결의안을 김진표 국회의장에게 전달해 전원위원회에서 국회의원 모두가 함께 논의해 법정 시한인 4월10일까지 공직선거법 개정을 마무리 짓겠다는 게 목표다. 이 과정에서 김 의원은 비례성과 다양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의 비호감 정치, 승자독식 구조의 정치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서는 비례성·대표성을 높이고 '싹쓸이' 현상을 낳는 지역 구도를 종식시키며, 대량 사표를 줄이는 데에 무게를 둬야한다는 설명이다.
소선거구제에서의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발의한 김 의원은 지역구와 비례대표의 비율을 2:1(220명, 110명)로 해야 '비례성'이 충분히 달성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려면 비례대표는 현 47명에서 추가로 63명을 늘려야 하고, 지역구는 253명에서 33명을 줄여야 한다.
문제는 지역구다. 현 국회의원 33명이 본인의 지역구를 포기해야 한다는 얘기인데, 안방을 내어주고 험지로 나설 인물이 있을지가 의문이다. 국회의원들이 기득권을 내려놓고 합의해도, 총 국회의원 수가 현 300명에서 330명으로 증가하는 상황을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가의 문제도 있다.
김 의원은 '인건비 동결' 카드를 꺼냈다. 그는 "의원 수가 10% 증가하지만, 국회의원들의 총연봉은 현 300명 기준으로 동결해 22대 국회에서 '인건비가 늘었다'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의원실의 보좌진도 현재의 총량을 유지하는 식으로 해 추가로 세비가 들어가지 않도록 하겠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쉽지 않다. 당연히 어려움이 예상된다."
김 의원은 "개혁은 혁명보다 어렵다는 말이 있다"면서 기득권이 '내려놓기'를 해야 출발할 수 있는 이번 항해에 거듭 조속한 출항을 강조했다. 그는 "아무리 늦어도 정기국회 개회 전까지는 마쳐야 한다"며 "안 그러면 이번에도 선거제 개편은 실패"라고 말했다.
최근 이재명 대표의 검찰 수사와 국민의힘 전당대회 등으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대한 우려로 풀이된다. 다만 '꼼수 위성정당'을 낳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서는 여야 모두 의견일치를 보고 있어 그나마 진일보한 성과로 꼽힌다. 김 의원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어떤 식으로든지 개혁이 필수라는 인식"이라며 "이번에 반드시 손을 봐야 한다는 데에 여야 의견이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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