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정윤 기자] 증시에서 전기차·2차전지주가 조명을 받으면서 폐배터리를 수거해 이를 재활용할 수 있도록 자원으로 만드는 성일하이텍도 관심을 끌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서 조회수 상위 기업으로 이름을 올리고, 주가도 연일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연초와 비교하면 20% 넘게 급등했다.
성일하이텍은 2017년 3월24일 성일하이메탈에서 2차전지 리사이클링 사업부문이 인적분할돼 신설됐다. 본점은 전북 군산시에, 해외 사업장은 폴란드와 헝가리, 중국, 인도, 말레이시아에 자리했다. 주요 사업은 전기차·휴대폰·노트북·에너지저장장치(ESS) 등에 포함돼 있는 2차전지로부터 유가금속을 추출한 후 리사이클하는 것이다.
2차전지에 들어가는 양극재는 코발트·니켈·망간·리튬 등으로 구성돼 있다. 성일하이텍은 황산코발트, 황산니켈, 황산망간 및 탄산리튬의 형태로 양극재의 기초가 되는 소재를 생산해 판매하고 있다. 2차전지를 방전·해체·파분쇄를 거치는 전처리 공정(리사이클링파크)과 각종 소재를 추출해내는 습식 제련의 후처리 작업(하이드로센터)를 통해 5대 소재 코발트, 니켈, 리튬, 망간, 구리 생산하는 기술을 보유한 국내 유일 업체로 알려졌다. 2021년 기준 매출 비중은 코발트 46%, 니켈 37%, 리튬 6%, 기타 11%로 집계됐다.
배터리 재활용은 크게 습식 공정과 건식 공정으로 나뉜다. 습식 공정은 수거된 폐배터리를 방전시켜 폭발 위험을 낮춘 후 물리적 분류·열처리·파분쇄 과정을 통해 금속분말 형태로 변형시킨다. 이를 전처리 공정이라고 하는데, 이후 침출·여과·용매추출 등 습식제련 공정을 거쳐 니켈, 코발트, 망간, 리튬 등을 회수하게 된다. 건식 공정은 전처리 공정 없이 폐배터리를 건식 용융로에 집어넣어 유기물을 산화시킨 후 니켈이나 코발트, 구리 등의 메탈파우더와 리튬, 알루미늄 등 슬래그 형태로 변형시킨다. 이후 메탈파우더에 습식 제련 공정을 거쳐 화합물을 추출하고 슬래그는 아스팔트, 시멘트 등으로 재사용한다. 습식 공정 이전의 분말 형태를 제조하는 방법에 따라 습식과 건식 공정으로 구분한다.
건식 공정은 전처리 공정이 필요하지 않아 생산 시간이 짧다. 다만 고온의 용융로가 필요해 투자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다. 습식은 투자비 부담이 적고 리튬과 망간 등 상대적으로 많은 금속을 추출하기 때문에 리사이클링에 적합한 방법으로 꼽힌다. 전처리 공정이 필요하고 폐수처리 등의 문제가 있지만 대부분 업체들은 습식 공정을 채택하고 있다. 성일하이텍은 국내 유일의 습식 제련 기술의 대규모 상업화에 성공한 기업으로 알려졌다.
세계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은 2025년 7억9400만달러(약 9989억원)에서 2030년 55억5800만달러(약 6조9920억원)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2040년에는 규모가 573억9500만달러(약 72조2029억원)로 치솟을 것으로 예상돼 성일하이텍이 꾸준히 관심을 받아왔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대응해 유럽에서 핵심원자재법(CRMA) 논의를 본격화하면서 성일하이텍의 주업인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사업이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원자재 공급망 확보와 다변화를 위한 CRMA를 추진하고 있다. 2월 또는 3월 중 구체적인 법안이 발표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유럽 CRMA가 추진될 경우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 때 리사이클링을 통해 추출한 원자재가 일정 비율 이상 포함되도록 의무화하는 조치가 담길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의회는 지난해 3월 EU 배터리 법안 채택을 통해 적용 대상 확대, 폐배터리 회수율 목표를 강화했다.
IRA도 성일하이텍에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IRA에는 배터리에 들어가는 부품과 핵심 광물의 원산지 요건을 충족하고 북미에서 생산한 전기차를 대상으로 세액공제를 제공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IRA 통과 후 세제 혜택을 받기 위해서 요구되는 미국 생산 메탈 비율은 2023년 40%에서 해마다 10%포인트 상향된다. 미국 생산 메탈이 큰 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코발트, 니켈, 리튬 등 배터리 핵심 광물의 정제처리 능력이 중국에 집중돼 세제 혜택을 위해선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의 광산 확보, 미국 내 정제 설비 및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거점 확보가 급선무다. 현재 상업화에 성공한 리사이클링 기업은 중국 업체를 제외하면 성일하이텍과 벨기에의 유미코어 등으로 제한적이다.
성일하이텍은 글로벌 현지 거점 9곳에 리사이클링파크을 설치했고 국내 2곳에 하이드로센터를 두고 있다. 이를 통해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하이드로센터 3공장을 건설 중이며, 올해 12월 전체 2단계 중 1단계 공장이 선보일 예정이다. 김성환 부국증권 연구원은 "3공장 1단계 증설 효과가 실적에 본격 반영되는 2024년부터 큰 폭의 외형 성장에 따른 규모의 경제로 수익성이 개선될 전망"이라며 "2030년까지 유럽과 북미 현지 거점 구축을 목표로 4공장과 5공장을 추가로 증설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기술 고도화와 신사업 확대도 긍정적이다. 기술 고도화를 통해 수산화리튬, NC솔루션, 고순도 구리 메탈, 양극재 중심에서 음극재 및 전해질 소재로 회수영역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2030년까지 리사이클링파크는 35만t, 하이드로센터는 3만4400t으로 2021년 대비 각각 7배, 8배 확대 계획을 갖고 있다.
성일하이텍의 실적도 개선되고 있다. 2020년 연결 기준 영업손실 62억5630만원을 기록했지만 다음해 영업이익 168억5798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는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이 448억779만원으로 나타났다. 매출액도 우상향했다. 2020년 659억3870만원에서 2021년 1472억5409만원으로 뛰었다. 지난해의 경우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은 2021년 전체 매출액을 웃도는 1982억1006만원으로 파악됐다.
이런 성장성 덕분에 성일하이텍은 증시가 지지부진했던 지난해 7월 코스닥 시장 입성했지만 시장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상장 첫날 공모가의 2배로 시초가를 형성한 후 장중 최대 제한폭까지 오르는 '따상'에는 실패했지만 종가는 공모가보다 76.4% 웃돌았다. 상장에 앞서 진행된 기관 수요예측에선 역대 최고 경쟁률인 2269.71대 1을 기록하기도 했다.
대기업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고객사이기도 한 삼성SDI는 성일하이텍 지분 8.8%가량을 보유해 3번째로 높은 지분율을 기록했다. 주식 소유현황을 보면 이강명 성일하이텍 대표이사가 19.54%의 지분을 보유했고 이경열 사장이 그 다음으로 높은 13.37%를 보유했다. 소액주주는 전체 주주 중 99.98%를 차지했고, 지분율은 30.76%로 나타났다.
포스코홀딩스는 지난해 8월 폴란드에 연산 7000t 규모의 폐배터리 재활용 공장을 준공했는데, 성일하이텍이 공장 설계·조달(EPC)을 담당했고 운영도 직접 맡았다. SK이노베이션도 지난해 12월 리튬·니켈·코발트·망간을 회수하는 사업을 성진하이텍과 함께 하기로 하고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 외에도 현대차그룹, 테슬라 등 글로벌 자동차 그룹과 사업 협력을 하고 있고 LG에너지솔루션 등 배터리 제조사, 포스코케미칼·에코프로비앰·엘앤에프 등 소재회사와도 연결돼 있다.
약점도 존재한다. 코발트, 니켈, 리튬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의 변동은 매출에 즉각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경기 침체, 외부 변수로 일시적인 수요 부진이 발생할 경우 가격 급락세가 나타날 수 있다. 이는 성일하이텍의 단기 매출과 수익성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는 요인이다.
폐배터리 수급 확보도 실적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2차전지와 관련된 각국의 정책과 수요에 영향을 받게 된다. 자국의 기술력을 보호·성장시키려는 정책으로 산업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거나 수요가 늘지 않을 경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폐배터리 공급이 실적으로 연결되는 만큼 전기차 배터리 수명인 10년가량 시차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2차전지 시장이 발전한 후 약 10년의 시간이 지나야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이 성장하게 된다. 아울러 폐배터리 시장의 성장 가능성과 친환경성에 관심을 보이는 기업이 늘어 경쟁이 갈수록 커질 것이라는 점은 위협 요인으로 지목된다. 건설 중인 3공장은 2공장에 비해 3배가 넘는 규모로 전해지는데, 수율이 부진할 경우 전반적인 실적 가이던스가 하향될 수 있다.
이 외에도 2차전지 혹은 배터리 밸류체인 기업들의 주가 상승이 가팔랐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기준금리 인상 등의 여파로 성장주로 분리된 배터리 관련주들의 주가 조정폭이 컸다. 경쟁사들의 주가 조정은 적용 밸류에이션 멀티플 조정으로 이어지고 성일하이텍의 상대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염두할 필요가 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