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이 수수료 면제 경쟁을 벌이고 있다. 5대 시중은행이 잇달아 각종 이체 수수료를 면제하고 나선 가운데, 최근엔 창구 수수료도 면제하는 은행까지 등장하는 모양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오는 10일부터 만 60세 이상 고객의 창구 송금 수수료를 전액 면제키로 했다. 올해 1월 1일 시중은행 최초로 모바일·인터넷뱅킹 이체·자동이체 수수료를 전액 면제한 데 이은 조치다.
신한은행은 이번 창구 송금 수수료 면제 서비스와 관련, 디지털 채널을 통한 금융업무가 쉽지 않은 고령층 고객의 특성을 고려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신한은행은 건당 600~3000원 수준인 창구 수수료 면제 조처로 혜택을 받는 고객이 약 25만명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근 이처럼 은행권은 수수료 면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신한은행이 연초 모바일·인터넷뱅킹 이체·자동이체 수수료를 전액 면제키로 하자 KB국민은행도 모바일·인터넷뱅킹 타행 이체 수수료를 없앴고, NH농협은행도 모바일 뱅킹 이체 수수료를 면제키로 했다. 우리·은행도 각기 이달 8, 10일부터 모바일·인터넷뱅킹 타행 이체 수수료를 면제할 예정이다.
은행권이 이처럼 수수료 감면 경쟁에 돌입한 것은 금리 상승기 '사회적 책임'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회사(KB·신한·하나·우리)의 지난해 실적 컨센서스는 약 16조5000억원으로 예측됐다. 이는 역대 최고 수준이다.
특히 최근 들어선 정치권의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부터 지난달 30일 금융위원회 업무보고 토론회에서 "은행은 공공재적 측면이 있다"면서 "공정하고 투명한 거버넌스를 구성하는 데 정부가 관심을 보이는 것이 관치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업계에선 우려도 적지 않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수익성을 유지하기 위해선 어디선가 줄어든 비용은 다른 부분에서 벌충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라면서 "물론 은행업이 규제산업이라는 측면은 있지만, 금리나 수수료 등 세부적 경영 사안까지 개입하는 것이 맞는지도 따져볼 문제"라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은행영업시간 단축 운영이 종료된 가운데 30일 서울 시내 한 은행에 영업시간 변경 안내문이 부착되어 있다. 주요 시중은행과 저축은행들이 약 1년 반 만에 단축 영업을 중단하고 이날부터 오전 9시에 문을 열고 오후 4시에 닫는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원본보기 아이콘<ⓒ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