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2021년 말 사면된 후 1년 넘게 두문불출해온 박근혜 전 대통령이 올해도 침묵 속에 생일을 보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여러 당권주자들이 '러브콜'을 보냈지만, 그중 누구와도 만나주지 않았다. 그보다 1년 늦게 사면된 이명박 전 대통령(MB)이 '중동 특사'로 거론되는 등 벌써 정치적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 등 '친박'으로 분류되는 여권 인사들은 2일 생일을 맞은 박 전 대통령의 사저를 찾았지만, 박 전 대통령과의 회동 없이 선물만 전하고 돌아왔다. 이들은 이번 전당대회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이들이기도 하다.
윤 의원은 사저를 찾은 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박 전 대통령의 생일을 맞아 사저에 다녀왔다. 대통령께서 그동안 겪으신 고초를 생각하면 마음 한켠이 아려온다"며 "대통령께서 사저에서 여생을 편안히 보내시길 마음속 깊이 기도드렸다. 박 전 대통령의 명예 회복을 위해 한결같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황 전 대표는 사저 앞에서 박 전 대통령의 생일 축하상을 차리기도 했다.
당권주자들이 박 전 대통령의 사저를 찾은 것은 보수 지지세가 강한 대구·경북(TK) 지역의 표심과도 관계가 깊다. 특히 '당심 100%'로 치러지는 이번 전당대회서 TK 지역 표심은 당락에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최고위원에 출마하는 김재원 전 최고위원도 최근 SBS 라디오에서 'TK 바닥 민심'의 무서움을 강조한 바 있다.
직접 사저를 찾은 것은 아니지만, 전당대회서 당 대표를 두고 '양강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김기현 의원과 안철수 의원이 최근 대구 서문시장을 찾은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박 전 대통령의 생일을 앞두고 축하난을 전달하는가 하면, 지난 1일에는 취임 후 처음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찾아 참배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사면 이후 두문불출하며 이렇다 할 정치적 메시지를 내고 있지 않아 이번 전당대회 국면에서도 영향력은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사면 후 안철수·윤상현 의원 등 당권주자들과 접촉하고 '중동 특사'로도 거론되는 등 활발하게 자신의 정치적 무게감을 키워가고 있는 MB와는 대조되는 행보다.
이는 MB와 달리 '탄핵'이라는 특수성까지 더해진 그의 정치적 상황이 영향을 미친 것도 있지만, 건강 상태가 상당이 악화된 것이 주된 원인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은 5년간의 수감 생활로 인해 건강이 크게 악화됐으며, 청와대도 그의 사면을 발표하면서 '건강 상태'를 이유로 든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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