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네덜란드와 일본이 미국의 대(對) 중국 반도체 수출통제에 동참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26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과 네덜란드, 일본 당국자들은 이르면 내일 대중 반도체 수출통제 조치와 관련한 합의를 도출할 예정이다. 이들 국가는 현재 워싱턴DC에서 이 같은 조치에 대해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국가가 합의에 이르면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기업인 ASML의 대중 수출 규제는 더 강화된다. ASML은 네덜란드 정부의 금수 조치로 2019년부터 최첨단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중국에 수출하지 못했는데, 앞으로는 구세대 장비인 심자외선(DUV) 노광장비까지 수출하지 못하게 될 전망이다. DUV 노광장비는 EUV 같은 최첨단 기술이 적용된 건 아니지만 자동차, 스마트폰, PC, 로봇 등에 들어가는 반도체를 만드는 데 쓰인다.
이 같은 보도는 피터 베닝크 ASML 회장이 지난 25일 실적발표 후 구세대 장비인 DUV 노광장비의 경우 중국에 계속 수출할 수 있다고 밝힌 지 하루 만에 나왔다. 당시 베닝크 회장은 대중 수출이 전체 매출의 14~15%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도 자국 반도체 장비 기업인 니콘에 수출 제한 조치를 실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미국은 지난해 10월 중국의 반도체 생산기업에 미국산 첨단 반도체 장비 판매를 금지하는 수출 통제 조치를 발표했다. 인공지능(AI)과 슈퍼컴퓨터에 쓰이는 반도체 수출도 제한했다.
이후 미국 정부는 주요 반도체 생산장비 제조국인 네덜란드와 일본을 상대로 제재 동참을 요청해왔다. 네덜란드 ASML과 일본 도쿄일렉트론 등이 글로벌 5대 반도체 장비업체에 속하는 만큼 이들 국가의 협력이 있어야만 대중 수출통제 조치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앞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직접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의 정상회담 자리에서 이 문제를 거론했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저지하기 위해 미국은 우리나라에도 수출통제 조치 동참을 요구하고 있다. 람 이매뉴얼 일본 주재 미국 대사는 지난 10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단순히 일본뿐 아니라 한국을 통해 작업해야 하고 네덜란드도 통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중국에 반도체 생산 공장을 두고 있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도 동참해야 한다는 게 미국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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