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는 수준이 높고 질적으로 뛰어나며, 배우들의 연기도 대단하다."
홍콩 액션스타 전쯔단(甄子丹·견자단·60)이 13년 만에 내한했다. 주연, 감독, 제작, 무술지도 1인4역을 한 영화 '천룡팔부: 교봉전'을 들고 한국을 찾은 그는 세계 시장에서 한국영화 시장이 매우 가치있다고 바라봤다.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전쯔단은 "영화에는 언어의 장벽이 없다"며 "작품으로 소통하며 관객의 마음을 이끌어내는 힘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엽문'을 찍고 방문한 세계 각국에서 감동받았다는 메시지를 똑같이 들었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액션 뿐 아니라 견자단도 기억해달라"고 당부했다.
전쯔단은 1984년 영화 '소태극'으로 데뷔해 41년간 영화길을 걸어왔다. '신용문객잔'·'황비홍2-남아당자강'(1992) '영웅: 천하의 시작'(2002) '칠검'·'살파랑'(2005) '도화선'(2007) '화피'(2008) '엽문' 시리즈(2008~2019)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2016) '트리플 엑스 리턴즈'(2017) '뮬란'(2020) 등에 출연하며 이소룡·성룡·이연걸과 글로벌 액션 배우로 활약했다.
강산이 4번 바뀌는 동안 자리를 지킨 건 배우로 지켜온 원칙과 철학이 있기에 가능했다. 전쯔단은 "영화를 통해 햇살처럼 밝고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를 하다보면 다양한 유혹을 받지만, 살인자나 변태 역할은 하지 않는다. 사회적 책임감을 가진 인간으로 존재하고 싶다. 좋은 메시지를 품은 작품에 출연하는 편"이라고 배우로 지켜온 소신을 전했다. 그러면서 "작품을 선택할 때 정의감이 가장 중요하다. 정의롭고 약속을 지키고, 가족과 친구들을 사랑하는 좋은 사람이 되려는 원칙을 지키려 한다"고 말했다.
"최종 목표는 하늘이 정해주는 것이지만, 영화로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하는 거다. 물론 영화를 찍는 모든 순간, 성공과 기쁨을 맛볼 수는 없다. 때론 좌절도 하지만, 중요한 건 영화를 사랑하는 마음이다. 열정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다."
전쯔단은 오는 4월 개봉 예정인 '존 윅: 챕터4'에도 출연한다. 여기에도 자신의 원칙을 바탕으로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혹자는 내가 영웅 역할만 연기한다고 지적하지만, 그건 내 선택이다.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할 기회는 있었다. 심지어 많은 감독이 찾아와서 이런저런 역할을 부탁하기도 했다. 그러나 내 원칙에 맞지 않으면 모두 거절했다"고 말했다.
중국의 무협소설 대가 진융(金庸·김용)의 작품을 영화화한 '천룡팔부: 교봉전'이 오는 25일 국내 개봉한다. 북송 초기 송나라와 거란족의 요나라가 갈등을 겪던 시기를 배경으로, 거지 패거리 개방에 들어가 우두머리인 방주가 된 교봉(전쯔단)이 음모에 휩싸여 살인 누명을 쓰고 개방을 스스로 떠나며 시작하는 무협 액션을 그린다.
전쯔단은 주인공 교봉을 연기하면서 제작, 감독도 맡았다. '사조영웅전' '신조협려' '의천도룡기' '소오강호' '녹정기' 등 전세계 3억부 이상 판매 부수를 올린 무협소설의 창시자이자 신필로 불리는 진융 작가의 작품을 영화화 하는 건 '도전'이었다. 그는 "진융의 콘텐츠는 인물과 내용이 복잡 다단해서 영화로 만들기 힘들었다. 원작 그대로 영화로 옮기긴 싫었다. 현대 액션 영화의 기법으로 담고 싶었다"고 짚었다.
진융이 써내려간 영웅 중 교봉이 가장 멋지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전쯔단은 "교봉은 정을 중요시하고, 친구들과 약속을 무조건 지킨다. 여기에 현대인의 환상이 투영됐다. 수많은 압박속에 살아가는 우리에게 사회는 복잡하고 인간관계는 어렵다. 여기에 무협과 현대사회가 공존한다. 교봉은 한다면 하고 약속한 것은 지킨다. 하늘에 떳떳하다. 그게 무협의 정서이자 교봉의 정서"라고 말했다.
전쯔단은 도전을 좋아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이론상 액션 영화는 세가지로 나뉜다. 현대액션물, 고대 전통 무협물, 쿵푸액션물이다. 이 중 현대액션극을 가장 좋아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액션을 보다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어서다. 고대 전통극은 역사적, 문화적으로 남기고 고쳐야할 것들을 고려해야 한다"고 차이를 설명했다.
환갑에도 액션에 열정을 불태우는 배우들이 많다. 전쯔단을 비롯해 톰 크루즈, 키아누 리브스 등 이 글로벌 극장가를 점령하고 있다. 그는 "61세인 톰 크루즈가 비행기에서 뛰어내리는 연기를 하다니, 존경스럽다. 현대 사회에서 몸 관리를 잘 한다면 배우 생명은 길어질 수 있다. 연기는 스포츠 경기가 아니다. 배우와 감독은 평생 경험이 빛을 내는 직업"이라고 말했다. 이어 "연기에서 신체는 일부일 뿐, 전부가 아니다. 연기 기술과 경험이 없다면 예술적 성취를 이루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톰 크루즈보다 제 몸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톰이 해냈기에 저도 분명히 할 수 있다"고 재치 있게 말했다.
"동작은 외적인 것에 불과하다. 액션 연기는 신체적 언어를 드러내면서 정서를 보여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 때론 현장에서 제작진과 이야기하며 즉흥적으로 수정하기도 한다. 내 몸에 대한 이해와 액션 효과를 잘 이해하고 있어서 가능한 일이다. 감독으로서는 액션이 극에서 어떻게 비칠지 고민한다. 이는 마치 작곡가의 작곡 작업과도 비슷하다. 액션은 하나의 음표다. 음표가 곡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듯이 액션도 영화에서 매우 결정적으로 작용한다."
전쯔단은 환갑의 나이에도 자기관리가 잘 된 배우로 꼽힌다. 2008년 '엽문' 첫 시리즈에 등장했을 때와 2023년 현재 외형적 차이가 거의 없다. 관리의 비결로 유흥을 멀리하는 것을 꼽았다.
"전문 연기인이기에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된다. 몸매 관리는 필수다. 평소에는 남들과 다를 바 없이 지낸다. 친구들과 밥도 먹고 술도 먹는다. 균형이 중요하다. 전날 과식하거나 몸에 안 좋을 걸 먹으면 다음날 디톡스를 한다. 밤 생활이나 유흥은 즐기지 않는다. 영화를 찍을 때를 제외하고 집에 일찍 들어가서 가족과 시간을 보내거나 소수의 친구들과 조용히 삶을 보낸다. 영화계 사람들과 시끌벅적하게 어울리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