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현주 기자] 2년 넘게 계속되고 있는 대구 북구 대현동 이슬람사원 건립 갈등 책임의 화살이 대구광역시와 북구청을 향하고 있다. 사원 건축 허가를 내줬다가 주민 반대가 크자 입장을 번복해 건축주에게 공사 중지를 통보했고, 대법원 판결이 났음에도 양측 갈등을 중재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양측 갈등은 2020년 9월 북구청이 2종 근린생활시설인 종교집회장 용도로 사원 건축을 허가하면서 시작됐다. 공사 초반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일반 주택과 다른 형식의 모스크 외형이 갖춰지자 주민 350여명이 생활권과 재산권의 침해, 소음 발생 등을 이유로 사원 건립을 반대했다. 그러자 북구는 입장을 바꿔 공사 중지 행정명령을 내렸다.
건축주와 시민단체 측이 행정명령 철회 소송을 내면서 해당 사안은 재판정에 서게 됐다. 지난해 9월 대법원은 사원 공사는 적법하다는 판결을 확정했고, 이에 따라 건축주 측은 공사를 재개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공사장 인근에 돼지머리를 전시하고 기도 시간에 맞춰 바비큐 행사를 여는 등 여전히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다.
사원 건립 부지는 주택밀집지역으로,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가정집과 맞붙어있을 정도로 가깝다. 무슬림들은 하루 다섯 차례 기도를 올리는데, 다수의 인원이 오가며 기도를 올리는 소음이 인근 주민들의 생활권을 침해할 것이란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같은 이유에서 집값이 하락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사원 건립 지지단체는 대화로 갈등을 풀어나가자는 입장이다. 해당 부지는 2014년부터 경북대학교에 유학 온 무슬림 유학생들의 기도소로 사용돼왔다. 이들은 기도소로 사용되던 기간에는 아무 말 없다가 갑자기 사원 건립에 거세게 반발하는 주민들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또 사원을 새로 건축하면 방음벽·창을 만들어 주민들이 걱정하는 소음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책임의 화살은 대구시와 북구로 넘어갔다. 양측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음에도 마땅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한 채 사태를 방관하고 있다는 것이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등 사원 건립을 지지하는 시민단체 회원들은 18일 기자회견을 열고 대구 북구청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화로 갈등을 풀어나갈 수 있던 시기에 북구청이 잘못된 행정처분을 내려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것이다.
특히 해당 사안이 국제적으로 확대되면서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사원 건립 지지 단체는 지난달 23일 유엔(UN) 종교·신념의 자유에 관한 특별보고관에게 청원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대구시와 북구청, 경찰이 주민의 인종 혐오적인 공사 방해 행위를 방치할 뿐만 아니라 사실상 용인한 것이며 유엔 인종차별철폐협약과 자유권협약 등 한국이 비준한 국제규약을 위반한 인권침해"라고 주장했다. 또 프랑스 일간 르 몽드와 영국 BBC 등 외신이 여러 차례 양측 갈등에 대해 다뤘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까지 나서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 문체부는 이날 대구시, 북구청과 간담회를 열고 해결책을 논의했다. 북구청은 현재 사원 인근 부지 혹은 주택을 매입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으나, 주민들과의 의견 조율이 더 필요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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