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미국의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이 조만간 중국을 방문한다. 스위스에서 이뤄진 류허 중국 부총리와의 대면 회담을 계기로 최근 몇 년간 경제 현안을 두고 악화했던 미·중 관계가 전환점을 맞이할 수 있을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음 달에는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의 방중도 예정돼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현지시간) 미 재무부가 옐런 장관과 류 부총리의 회담 이후 이러한 방중 계획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양측은 이날 오전 취리히에서 회담을 하고 경제 분야에서 빚어진 각종 갈등 사안을 잘 소통하며 관리해 나가자는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번 회담은 옐런 장관이 아프리카 순방 전 스위스에 들러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WEF·다보스포럼)에 참석 중인 류 부총리를 만나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양국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두 사람이 대면으로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 자리에서 이들은 공통 과제인 기후변화 대응에서 협력하기로 했지만, 무역·투자 쟁점에서는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다만 경제 현안을 두고 진지한 소통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옐런 장관은 회담 초반 "서로 의견이 맞지 않는 점이 있다"면서도 "소통 부족에서 비롯된 오해로 인해 두 나라의 경제·금융 분야 관계가 불필요하게 악화해선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류 부총리 역시 모두 발언에서 "중국과 미국이 이견을 관리하고 양국 간 경쟁이 충돌 상황을 빚지 않도록 방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요 외신들은 양국 경제수장들이 대만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높아진 긴장을 해소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본격 시작했다는 평가를 내놨다. 재무부 역시 회담 후 자료에서 "양측은 진솔하고 실질적이며 건설적인 대화를 통해 거시경제와 금융 상황에 대한 시각을 교환했다. 양측은 세계 경제가 기능하는 데 있어 미·중이 거시경제와 금융 현안에 대한 소통을 더 강화하는 게 중요하다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재무부는 옐런 장관의 방중뿐 아니라, 중국 당국자들 역시 조만간 미국을 찾을 것이라고 확인했다. 류 부총리는 오는 3월 부총리 자리에서 물러날 것으로 알려졌으며 누가 후임이 될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WSJ는 전했다. 이날 재무부가 옐런 장관의 방중 일정을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은 것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옐런 장관과 류 부총리는 이날 회담에서 양국 경제전망에 초점을 맞추는 한편, 정책적 불일치에 대해서는 공개적인 논의를 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휴식 시간에는 일대일로 대화를 나눴고, 이후 무역을 비롯한 민감한 이슈에 대해서는 비공개 논의가 이뤄졌다고 재무부 고위 관리는 밝혔다. 주요 외신들은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 시진핑 국가주석 재집권 이후 중국의 경제 정책 변화 등 민감한 문제가 테이블에 올랐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밖에 미국 당국자들은 이날 잠비아 등 개발도상국들의 부채 탕감 문제도 언급했다. 옐런 장관은 회담 직후 세네갈, 잠비아 등 아프리카 순방에 나선다.
한편 블링컨 국무장관은 내달 5~6일 방중해 친강 중국 외교부장과 만날 예정이다. 이는 지난해 미·중 정상회담에 이은 후속 조치 성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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