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트렌드]"취향껏 혼자 떠나보자!"...새로운 '어른의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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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旅行)이란 일, 유람(遊覽), 휴식 등을 위해 일상생활에서 벗어나 다른 지역이나 외국에 가는 것을 말한다. 코로나19로 여행시장은 잠시 힘들어졌지만, 대안 여행은 오히려 늘어났다. 독립된 공간을 찾는 이들이 늘어나 독채형으로 고급화된 곳들이 인기를 끌었고, 문명의 혜택에서 벗어나 자발적으로 핸드폰은 물론 전력과 수도가 없는 곳으로 떠나는 ‘오프그리드(Off Grid)’ 여행도 자주 등장한다. ‘1인 여행’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는데, 특히 65세 이상 시니어 여행자들이 동참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호텔페어나 세미나에 참가하면, 시니어 1인 여행자들을 어떻게 맞이할 지 준비로 분주하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2022년 세계 항공 교통량이 팬데믹 이전의 약 70% 수준을 회복했다. 또, 2024년에는 항공 여객수가 연간 40억명에 도달해 2019년 대비 3%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놀라운 숫자다. 이처럼 동서양을 막론하고, 나이가 어떻든지 간에 여행을 즐기는 것 같다. 역사 기록을 살펴보면, 이미 고대부터 각 지역의 유적지나 절경 등에 대해 적어 놓은 지리와 관광 안내서가 있었다. 그리고 이를 이용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있어서 일찍부터 인류는 여행을 해왔음을 알 수 있다.

시니어들에게 치열하게 사느라 미뤄두었던 것 중 하고 싶은 일을 물어보면, 가족과 시간 보내기와 세상 나들이가 항상 언급된다. 은퇴 후, 갑자기 찾아온 시간적 여유로움과 공허함을 채울 때, 여가시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이냐는 중요하다. 여러 선택지 중에서 여행이 으뜸인 것 같다. 시니어의 여행하면, 흔히 떠오르는 것이 동창들과 관광버스를 빌려 꽃놀이를 간다거나, 골프나 등산 여행을 하는 것이다. 부부동반으로 미식 여행을 가기도 하고, 해외 패키지 관광도 있었다. 최근에는 귀농이나 산촌 생활이 가능할지 탐방하는 ‘지역살이’나 ‘로컬투어’를 하는 가 하면, 부부나 친구끼리 여행을 가더라도 일정의 일부는 각자의 취향과 사정대로 따로 한다. 아예 혼자 떠나는 여행, 일명 ‘혼행(1인 여행)’도 늘고 있다. ‘환갑에 혼자하는 뉴욕 여행’이나 ‘50대 여자의 혼자하는 강원도 산림치유 명상 여행’ 등 종류도 다양하고, 이에 대해 스스로 제목을 지어 동영상 여행기를 올리기도 한다. 시니어의 여행이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때 여행은 경제적으로 여유있는 자만의 것은 아니다. 고가의 크루즈(선박) 여행 상품은 효도관광이 아니라, 시니어들이 경제 형편에 따라 직접 일정기간 동안 쌈짓돈으로 곗돈을 붓거나 따로 여행용 적금을 들어서 가는 것이 대세로 자리잡는 중이다. 또, 지역별로 팸투어(홍보형 투어)가 활발하여 SNS를 활용해 체험 후기를 잘 남길 수 있다면, 무료나 저렴한 여행도 많아졌다.


필자는 여행마니아다. 10대의 마지막은 부산에서 일본 시모노세키로 가는 페리를 타고, 도쿄까지 야간 열차를 몇번씩 갈아타면서 첫 (거지)배낭여행을 했다. 20대와 30대의 끝자락 마다 자체 갭이어(Gap Year)를 가지면서 8개의 도시에서 한달살기를 해보기도 하고, 국내외 100여개가 넘는 도시를 다녔다. 다국가 청년들과 캠핑카를 타고 미국 서부를 횡단해보기도 하고, 베트남과 필리핀 봉사를 겸한 장기여행과 북유럽 캠핑, 국내 양조장 투어부터 각 지역 템플스테이(사찰체험)까지 안 해본 것이 없다고 생각될 정도다.

주로 게스트하우스에 묵으면서 여행경비를 절약하고 다른 숙박객들과 여행 정보를 나눈 후 다음 여행을 준비하곤 했다. 그런데 작년 제주도에서 만 35세 이상은 묵을 수 없다고 하는 숙소들이 있어서 ‘나이’로 인해 시니어가 되면 여행에 제약이 생기는 것을 처음 경험했다. 그래서 시작된 자체 어른 여행 탐색전과 시니어의 여행 고민을 해결하고 있는 곳들을 찾아봤다.


이때 발견한 것 중 하나가 고재열 여행감독의 ‘어른의 여행클럽’이다. 그는 큐레이션이 된 시즌별 투어를 운영하는데, 어른의 술존심/허비학교라며 ‘세계 술기행’이나 ‘스탑오버(항공권 중간지점, 단기체류) 투어’ 등을 만들었다. 폭포 답사 여행이나 중앙아시아 대자연 기행이나 순례길이 지나는 소도시 기행, 윤동주의 마지막 소풍 ‘교토’ 같은 여행은 언제가 꼭 참여해보고 싶다. 한번은 지역 토박이를 통해 고향을 재발견하는 ‘김영도의 삼천포 블루스’를 소개한 적이 있다. 지역 전문가가 소개하는 섬세한 방문지 선택과 세심한 배려와 뒷이야기로 통영은 보름달처럼 아름답고, 삼천포는 초승달처럼 아름답다는데 그 사연이 궁금해졌다. 그의 표현을 빌면, “당신이 관광을 하겠다면 통영을 권하고, 여행자가 되겠다면 삼천포를 추천하겠다”이라는데 그 묘사와 설명에 크게 여행가고픈 마음이 동했다. 그야말로 독특한 여행의 재발견들이 가득했다.


또 ‘여행대학’도 있다. 여행가를 양성하고 성숙한 여행문화를 만들고자 하는 곳인데 이곳에 ‘시니어 꿈꾸는 여행자’ 과정이 있다. 2018년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협회가 주관하여 서울에서 시작되었다. 국내 처음으로 60세 이상 시니어를 대상으로 하는 여행교육과정인데, 시니어들의 호응이 좋아서 대전, 강원, 충청, 전라, 경상 지역까지 확대됐다.


더 나이가 들어 신체적으로 제약이 생기면 여행을 못 하게 될까에 대한 고민을 해결해주는 곳도 발견했다. 어르신 나들이 도우미 스타트업 ‘포페런츠’가 그곳이다. 미국과 일본에서 활발한 ‘트레블헬퍼’ 서비스를 국내에 도입한 것이다. 혼자 여행이 어려운 어르신을 위해 요양노인 전문 사회복지사가 ‘버디’라는 나들이 도우미로 동행한다. 기존 단체투어의 가이드 역할을 하는 것 뿐만아니라 가족들에게 과정을 공유해주고 건강 관련 상담도 가능하다고 한다. 의전 서비스를 하던 스마트 모빌리티 업체와 협업으로 안락한 교통수단을 갖추고, ‘어르신 친화가게’로 선정한 식당, 카페 등을 포함해 어르신들도 편리하게 여행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여행은 삶과 함께 한다. 좋은 여행은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해준다. 여행지의 먹거리를 맛보고, 길을 걷고, 풍경을 눈에 담고,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말이다. 요즘 시니어의 여행트렌드를 접하면서, 나이 들어도 여행을 지속할 수 있을 뿐만아니라 새로운 관점으로 색다른 시도를 할 수 있겠구나 싶어 즐겁다. 시니어, 취향껏 혼자 떠나보자!


이보람 써드에이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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