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서울 부동산 규제가 대거 풀리면서 지방 분양시장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가운데 지방 청약시장 역시 선별 청약 분위기가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분양가나 공급량에 따라 지역마다 청약 흥행 온도차가 뚜렷해지는 분위기다. 분양가 덕을 본 창원의 한 단지는 두자릿수 청약 경쟁률을 기록한 반면, 이미 공급과잉 상태에 빠진 대구는 90%가 미달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17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이달 들어 비수도권 지역의 청약 성적표는 지역마다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대표적인 것이 대구와 창원, 부산의 청약 결과다.
대구의 경우 지난주 힐스테이트 동대구 센트럴이 청약 신청을 받았는데, 478가구 모집에 27명만 신청해 대거 미분양이 발생했다. 우선 분양가가 매력적이지 않았다. 전용면적 84㎡가 5억9700만~5억9900만원으로 책정됐는데, 입주 2년차에 접어든 인근 동대구역 센트럴시티자이의 같은 평형 실거래가가 올 1월 5억2890만원까지 떨어진 상태다.
이같은 흥행 참패는 최근 대구의 분양시장 분위기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대구에서는 지난 1년간 총 26개 단지가 청약을 받았는데 이 중 4개 단지를 제외하고는 모두 미달됐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대구 미분양 규모는 1만1700가구로, 1년 전 대비 4배 이상 증가한 상태다.
반면 이달 첫 주 분양에 나선 경남 창원 롯데캐슬 포레스트는 1·2블록 합쳐 총 952가구 모집에 2만6994명이 몰려, 평균 28.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분양가가 직전 분양 단지 대비 3000만원 가량 저렴했던 점, 주변 시세보다도 낮아 여전히 시세차익이 기대된다는 점 등이 흥행 배경으로 꼽혔다
또 지난해 말 분양한 부산 수영구 남천자이는 총 57가구 모집에 3065명이 접수하면서 평균 53.7대 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단지는 3.3㎡당 분양가가 3000만원을 넘는 고분양가였지만 오랜만에 부산에서 나온 브랜드 아파트인데다 수영구, 바다 조망권이라는 입지가 흥행에 큰 영향을 미쳤다.
수요 대비 공급량도 지역별 청약 흥행을 가른 주된 요인이다. 대구의 경우 지난해 2만653가구가 입주했는데 올해는 이보다 더 많은 3만6059가구가 입주를 앞두고 있다. 당장 아파트 공급이 쏟아지는 환경인 셈이다. 반면 부산은 지난해 2만7130가구에서 올해 2만4762가구로 감소 추세다. 창원을 포함한 경남 지역은 올해 1만5221가구 입주가 예정돼 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수도권 규제가 풀리면서 수요 자체가 적은 지방의 청약시장이 더 주춤할 수 있다"면서도 "전체적으로 다 침체되기 보단 선별적으로 지역마다 온도차가 있을 수 있다. 수요 대비 공급과잉인 지역, 분양가가 높은 지역은 외면받는 분위기가 더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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