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중국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봉쇄정책을 풀고 경제 활동 재개에 나서면서 석유 소비량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2위 석유 수입국인 중국의 수요 증가세에 따라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안정세를 찾은 유가도 2분기부터 급등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2일 (현지시간) 블룸버그는 중국계 컨설턴트 11곳의 자료를 분석해 올해 들어 중국의 일일 석유 수요량이 1580만배럴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지난해 대비 80만 배럴이 늘어난 규모로, 사상 최대 수준이다.
중국이 방역 정책을 완화하고 경제 활동 재개에 나선 것이 수요 증가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2021년 기준 유럽연합(EU)에 이은 세계 2위의 원유 수입국이다. 이 같은 비중을 고려한다면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의 감산 결정과 서방의 대러 제재만큼이나 중국의 원유 수입량이 국제 유가를 움직이는 주된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에너지 컨설팅 업체 에너지 애스펙트는 "중국의 2분기 수요량은 올봄 이상기온으로 난방수요가 감소하면서 줄어든 유럽의 원유 수요량을 상쇄한다"고 덧붙였다. 유럽의 온화한 날씨로 난방 수요가 감소, 국제 에너지값 안정에 기여하고 있지만, 중국의 원유 수요 확대가 에너지 가격을 밀어 올릴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본격적인 유가 반등은 중국의 제로코로나 정책 여파가 사그라든 오는 2분기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억눌려 있던 중국 내 소비심리가 회복되면서 물류 이동이 늘고 연료 사용량도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점친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우드맥킨지의 정유 연구팀 이티안 린은 "특히 국제선 운항 횟수가 점차 늘면서 원유 수요가 빠르게 회복될 것"이라며 "올해 전 세계 원유 수요가 하루 97만배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역시 올해 원유 수요 증가량이 하루 170만 배럴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기존 전망치보다 10만 배럴 늘어난 수준이다. OPEC은 IEA 전망치보다 많은 하루 220만 배럴가량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지난해 9월 배럴당 83달러까지 하락한 브렌트유가 오는 3분기 11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브렌트유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지난해 3월 140달러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가격이 급등했다. 이후 지난해 9월부터 브렌트유는 80달러대 초반으로, 서부 텍사스산 원유는 80달러 밑으로 떨어지며 안정세를 되찾았지만, 중국발 수요 확대 여부에 따라 유가가 다시 꿈틀댈 수도 있을 전망이다.
제프 커리 골드만삭스 글로벌 원자재 리서치 부문 대표는 최근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중국과 여타 아시아 국가들이 코로나19 규제를 완전히 해제할 경우 브렌트유는 3분기까지 배럴당 110달러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의 ‘리오프닝’ 기대감으로 원유뿐만 아니라 최근 값이 뛰고 있는 구리, 철광석 등 원자재도 올해 랠리를 이어갈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국제구리 가격은 지난 11일 런던금속거래소에서 장중 한 때 t당 9000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지난해 6월 이후 처음이다.
다만 유가 상승이 단기적인 현상에 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의 방역 정책 완화로 이동이 증가하면서 코로나19 확진자 폭증이 장기간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경제 활동 위축으로 연결된다. 중국 국영기업인 국가개발투자회사(SDIC)의 에너지 분석가 가오 밍구는 "보통 방역 정책 완화 이후 운송, 이동량이 급격히 늘어난다"면서 "이로 인해 확진자가 늘어날 경우 이동량이 줄어들고, 다시 정점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게 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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