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세종=김혜원 기자, 세종=이준형 기자] 취업자 증가폭이 7개월 연속 감소해 50만명대 붕괴를 눈앞에 뒀다. 인구 자연감소 등 복합적인 영향으로 15~29세 청년층 취업자 수도 2개월째 줄어드는 등 고용 둔화 양상이 뚜렷하다. 지난해 고용시장에는 훈풍이 불었지만 올해는 경기 침체 여파로 한파가 닥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정부는 올해 취업자 증가폭이 지난해의 8분의1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11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12월 및 연간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780만8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50만9000명 증가했다. 취업자는 2021년 3월부터 22개월 연속 늘었지만 증가폭은 지난해 5월 93만5000명을 기록한 후 7개월째 감소했다. 지난해 초 100만명을 웃돌았던 취업자 증가폭이 계속 내리막길을 걸어 결국 1년새 50만명대까지 쪼그라든 것이다.
특히 청년층에서 증가폭 둔화가 두드러졌다. 지난달 15~29세 취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2만5000명 줄었다. 지난해 11월에 이어 2개월째 감소세다. 청년층 취업자는 2021년 2월(-14만2000명) 이후 매달 증가세를 이어오다가 지난해 11월 21개월 만에 감소세로 전환했다.
경제 허리인 40대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달 기준 40대 취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5만7000명 줄며 6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한달 전인 11월(-6000명)과 비교하면 감소폭이 9배 넘게 뛰었다. 반면 50, 60대 취업자는 각각 11만명, 44만명 늘었다. 30대 취업자는 4만2000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로 60대 이상이 취업자 증가세를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시간별 취업자로 가늠할 수 있는 고용의 질은 개선되지 않았다. 지난해 기준 일주일에 36시간 이상 일하는 취업자는 전년 대비 49만9000명 감소했다. 반면 36시간 미만 일하는 취업자는 132만2000명 늘었다. 지난달만 놓고 봐도 36시간 이상 취업자는 13만9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36시간 미만 취업자는 29만7000명 늘었다. 단기 일자리를 중심으로 취업자 수가 증가한 셈이다. 공미숙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근로시간 자체는 추세적으로 줄고 있다”면서 “(지난해) 36시간 미만 취업자가 많이 늘어난 건 조사기간에 휴일이 있었던 영향도 크다”고 설명했다.
올해 고용 전망은 밝지 않다.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로 경기 후행지표인 고용 역시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국내외 주요 기관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1%대로 전망했다. 글로벌 경제성장률도 마찬가지다. 세계은행은 이날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이 1.7%를 기록할 것으로 분석했다. 또 22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한 지난해 취업자 증가폭(81만6000명)은 올해 고용지표에 기저효과로 작용할 전망이다.
기획재정부가 올해 취업자 증가폭이 10만명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는 이유다. 지난해 취업자 증가폭(81만6000명)과 비교하면 8분의1 수준으로 쪼그라든 수치다. 실업률은 지난해 2.9%에서 올해 3.2%로 0.3%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재부 관계자는 “취업자 증가폭 감소의 상당 부분은 통계적 기저에 기인한다”면서 “(다만) 경기 둔화 및 인구 감소 등의 영향도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고용 상황 악화시 추가 대책을 내놓겠다는 입장이다. 임금·근로시간 등 노동시장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도 재차 강조했다. 기재부 측은 “맞춤형 취업지원 등을 통해 구인난에 적극 대응하고 고용안전망 확충 등 취약계층 지원을 강화할 것”이라며 “규제혁신 등 양질의 민간 일자리 창출 기반을 지속적으로 확충하고 노동시장 구조 개선에도 만전을 기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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