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최근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구찌가 한국의 설을 앞두고 한정판 '코리아 익스클루시브 컬렉션'을 선보였다. 신상 컬렉션 중 320만원에 판매되는 집업 형태의 후드티셔츠에는 'GOOD LUCK(행운을 빈다)'이라는 주황색 영문과 함께 '구찌'라는 초록색 한글이 적혀있다. 이를 두고 패션 업계와 대중들 사이에서는 구찌의 '한글 패션'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한글 패션이란 외국 브랜드 옷에 한글이 들어간 패션을 말한다. 샤넬의 수석 디자이너 카를 라거펠트는 2015년 서울에서 열린 '샤넬 크루즈쇼'에서 특유의 트위드(방모직물의 한 종류) 재킷을 선보이면서 '한국' '서울' '코코' '샤넬'이란 글자를 직조해 새겨 넣어 대중에 공개한 바 있다. 그는 "나는 한글을 사랑한다. 한글을 쓰는 방식도 좋아한다. 일종의 큐비즘 같다"고 극찬하기도 했다. 큐비즘(Cubism)은 20세기 초 프랑스에서 일어난 서양미술 표현 양식의 하나를 말한다.
한글 패션이 대중들에게 크게 각인 된 사례는 벨기에 출신의 패션 디자이너 라프 시몬스가 선보인 2018 봄·여름 컬렉션이다. 라프 시몬스는 크리스찬 디올의 예술 감독 출신으로 자신의 이름을 딴 독립 브랜드 라프시몬스와 캘빈클라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역임하고 있다. 당시 그는 한글로 '아메리카'라고 적힌 티셔츠를 공개했으며, 아디다스와 만든 협업 운동화와 가방에 '자연이 빚은 상주곶감' '삼도 농협'이란 한글이 들어간 보자기 원단을 포인트로 사용해 큰 관심을 끌었다.
2019년 이탈리아 고급 남성 브랜드 에르메네질도 제냐는 당시 가을 겨울 상품으로 '에르메네질도 제냐'를 한글로 프린트한 점퍼와 니트를 선보인 바 있다. 화보에도 한글 의상을 입은 모델을 선택했다. 제냐 본사 관계자는 한 매체를 통해 "기하학적 무늬가 독특한 존재감을 발현하는 장식적 측면이 눈에 띄어 한글을 사용하게 됐다"며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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