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70억달러 이상 늘면서 두 달 연속 증가세를 이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속도조절 등에 따른 달러 약세로 외환당국의 시장개입이 줄고, 우리 외화자산의 미국 달러 환산액은 증가한 영향이다.
한국은행이 4일 발표한 외환보유액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4231억6000만달러로 전월 말 대비 70억6000만달러 늘었다. 지난해 8월부터 3개월 연속 감소하다가 같은해 11월 반등에 성공한 이후 두 달 연속 증가세다.
외환보유액은 2021년 10월 약 4692억달러까지 늘어난 뒤 미국의 가파른 금리인상으로 줄곧 감소세를 보였다. 달러가치가 치솟으면서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돌파하자 외환당국이 시장에 달러화를 내다 파는 환율 방어에 적극 나섰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9월 한 달 만에 196억6000만달러가 줄어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0월(274억달러 감소)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달러 강세가 한풀 꺾이면서 다시 외환보유액이 늘어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은은 "국민연금과의 외환스와프 등 일시적인 감소 요인에도, 금융기관 외화예수금 및 기타통화 외화자산의 미 달러 환산액이 증가하면서 외환보유액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 달러화가 약 2.8%(미국 달러화 지수 기준) 평가 절하되면서 그만큼 미국 달러로 환산한 외화자산이 늘었다는 의미다. 원·달러 환율이 전날 종가 기준 1271원까지 내려가며 환율 방어 필요성이 낮아진 것도 외환보유액 증가에 힘을 보탰다.
외환보유액을 자산별로 나눠보면 국채·회사채 등 유가증권(3696억9000만달러)이 한 달 전보다 40억7000만달러 늘었다.
예치금(293억5000만달러)은 26억7000만달러 늘었고, 특별인출권(SDR·148억4000만달러)과 국제통화기금(IMF)에 대한 교환성 통화 인출 권리인 'IMF 포지션'(44억9000만달러)도 각각 1억9000만달러, 1억3000만달러 증가했다.
금은 시세를 반영하지 않고 매입 당시 가격으로 표시하기 때문에 전월과 같은 47억9000만달러로 집계됐다. 한은은 2013년 2월 이후 약 10년째 금을 매입하지 않고 있다.
한국의 외환보유액 규모는 지난해 11월 말 기준으로 세계 9위 수준이다.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증가했지만 다른 나라도 대부분 외환보유액이 늘어 전월과 동일한 순위를 유지했다.
중국이 3조1175억달러로 가장 많았고, 일본(1조2263억달러)과 스위스(9059억달러), 러시아(5673달러), 인도(5532억달러), 대만(5522억달러), 사우디아라비아(4710억달러), 홍콩(4232억달러)이 그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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