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지난달 30일 발사된 우리 군의 고체연료 추진 우주발사체 1차 시험비행에서 2·3·4단 엔진의 실제 점화와 연소까지 성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2일 국방부에 따르면 이번 2차 시험에서 국방과학연구소(ADD)는 총 4단으로 구성되는 발사체에서 1단을 제외한 2·3·4단 형상으로 시험했고, 2·3·4단 엔진의 실제 점화와 연소까지 시험했다. 지난해 3월 30일 1차 시험때는 같은 형상에서 2단 엔진만 연소했다.
ADD가 시험비행체(TLV)라고 부르는 이 발사체는 1∼3단이 고체연료를 쓰고 상단부(upper stage)에 해당하는 4단은 궤도 진입 정확성 확보를 위해 액체연료를 쓴다. 통상적으로 액체연료는 연료 분사량 조절 등을 통해 고체연료보다 추력을 더 용이하게 조절할 수 있다.
이번 시험에서 2∼4단 연소뿐 아니라 페어링 분리, 단 분리, 상단부 자세제어, 더미(모의) 위성 탑재체 분리 등의 검증도 이뤄졌다. 국방부는 향후 추가 시험과 기술 검증을 거쳐 2025년께 500㎏ 초소형 합성개구레이더(SAR) 위성을 500㎞ 지구 저궤도에 올린다는 목표를 세워뒀다.
액체연료 추진기관보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고 간단한 구조여서 대량 생산이 쉽다. 액체 연료와 달리 사전에 주입해둘 수 있어 신속 발사의 장점도 있다. 소형위성이나 초소형 위성을 다수 발사해 위성을 군집 형태로 운용하면 한반도 감시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동식 미사일발사대(TEL) 등 북한 전력의 움직임을 실시간에 가깝게 파악함으로써 '킬체인'의 핵심인 탐지와 조기경보 능력을 확충할 수 있다.
1·2차 시험에서 제외된 1단 엔진은 현재 설계가 완성된 단계다. 향후 일정에 따라 지상 연소시험 등이 있을 예정이다. 1단 엔진의 노즐(화염 분사구)은 1개로 전해졌는데 이에 따라 보조 엔진 등 없이도 추력 방향을 제어하는 '스러스트 벡터 컨트롤'(TVC) 기술을 적용한 형태일 것으로 전망된다.
고체연료 추진 엔진은 북한도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달 15일 고체연료 로켓 엔진의 지상 분출시험에 성공했다고 밝힌 바 있는데 엔진 추력이 140tf(톤포스·140t 중량을 밀어 올리는 힘) 규모라고 공개했다.
한편 지난달 30일 시험 당일 저녁 무렵부터 전국 곳곳에서 미확인 비행물체와 섬광을 공중에서 목격했다는 신고가 이어졌다. 일몰·일출 시간대에 지상에서 로켓을 쏘면 성층권 이상에서는 아직 햇빛이 비치는 까닭에 햇빛이 로켓 배기가스에 반사돼 다양한 색상이 관측되는 '황혼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국방부는 "영공 및 해상 안전에 대한 사전 조치를 완료했다"며 "비행경로의 해상구역 안전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어민 조업 지장을 최소화하고, 기상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부득이 어두워진 시간에 시험했다"고 해명했다.
연구기관 관계자는 "시험 준비요원 100명 이상이 해상에 바지선을 거치해 발사해야 하고, 고공 10㎞ 정도에 흐르는 제트기류 등의 기상 상황까지 고려해야 하다 보니 발사 직전에 시점을 바꾸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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