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차완용 기자] 2023년 계묘년(癸卯年) 새해가 밝았지만, 부동산 시장의 먹구름은 더욱 짙어지고 있다. 전 세계 통화당국이 내년에도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하기로 하면서 부동산 위축은 더욱 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집을 가진 이들도 집이 없는 이들도 걱정이 태산이다.
그렇지만 부정적인 소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위축된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위해 다양한 대출·세금·청약 등 부동산 관련 규제 완화방안을 대거 내놓으면서, 지난해보다는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청약제도는 무주택자에게 유리해지고, 다주택자는 부동산 세금 부담이 줄어든다.
◆무주택자 기회 확대…청약제도 변화=우선 올해부터 무순위 청약 시 ‘해당 지역 거주’ 요건이 폐지된다. 무주택자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종전에는 청약시장의 과열을 막기 위해 규제지역 내 청약 무순위 신청 시 해당 시·군에 거주해야 한다는 요건을 뒀다.
또 미계약분 발생 시 반복해서 청약을 진행해야 하는 현장의 불편함을 고려해 본청약 60일 후 파기되던 예비당첨자 보관을 180일로 연장하고, 예비당첨자 수도 가구 수의 500% 이상으로 대폭 확대한다.
중소기업 장기근속자 특별공급 가점 기준도 조정된다. 5년 이상 무주택일 경우 받을 수 있는 배점이 기존 5점에서 최대 15점으로 변경된다. 무순위 청약 거주지역에 대한 요건도 폐지돼 청약 진입 장벽이 크게 낮아졌다.
규제지역에 공급되는 민간 아파트의 추첨 물량도 확대한다. 현재 규제지역에 들어서는 85㎡ 이하 주택은 모두 가점제로 공급되고 있다. 정부는 상반기 내에 이를 개편해 전용 60㎡ 이하 민간 아파트는 가점 40%, 추첨 60%로 분양할 계획이다. 전용 60∼85㎡는 가점 70%, 추첨 30%로 비율이 적용된다. 반대로 전용면적 85㎡ 초과 중대형 아파트는 가점제 물량을 기존 50%에서 80%로 높인다.
상반기 중에는 공공분양에 미혼 청년을 위한 특별공급이 신설된다. 주택을 소유한 적이 없는 19~39세 미혼자를 위한 분양 물량이 마련되는 것이다. 신청 기준은 월평균 소득 140% 이하, 순자산 2억6000만 원 이하인 1인 가구다.
생애 첫 주택구입자는 소득과 주택가격에 상관없이 200만원 한도 내에서 취득세가 면제된다.
◆부동산 관련 대출 대폭 완화=1월부터 만 34세 이하, 부부 합산 연소득 7000만원 이하 무주택 청년에게 낮은 대출금리로 제공하던 한국주택금융공사(HF)의 특례전세자금보증 한도가 1억원에서 2억원으로 확대된다.
보유 주택에 대한 담보대출 규제도 완화된다. 생활안정자금 목적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에 적용돼왔던 별도의 대출한도(2억원)를 없애고, 기존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내에서 대출을 관리한다.
특례보금자리론도 출시된다. 안심전환대출(주택 가격 6억원 이내, 대출한도 3억6000만원)과 적격대출(주택 가격 9억원 이내, 대출한도 5억원)을 기존 보금자리론에 통합한 ‘특례보금자리론’을 운용한다. 9억원 이하 주택 매입 시 연 4%대 금리로 5억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다주택자 중과세 폐지·주담대 완화=6월부터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금액이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된다. 1세대 1주택자의 경우 현행 11억원에서 12억원으로 조정된다.
2주택자에 대한 다주택 중과세율도 폐지된다. 조정대상지역 2주택 이상 보유자는 중과세율(1.2∼6.0%)이 아닌 일반세율(0.5∼2.7%)로 과세한다. 과세표준 12억원이 넘는 3주택 이상 다주택자는 중과세율을 적용받지만, 최고세율이 현행 6.0%에서 5.0%로 낮아진다.
주택 수에 따라 차등 적용되던 세 부담 상한률은 150%로 일원화된다. 재산세 합산 금액이 1~2주택자는 150%, 조정대상지역 2~3주택 이상자는 300% 초과분에 대한 과세를 제외했으나, 상한률을 일괄적으로 150%로 낮춘다.
다만 올해부터는 증여분에 대한 양도소득세 절세가 까다로워진다. 배우자 또는 자녀에게 부동산을 증여한 후 이월과세 적용 기간(현행 5년)이 지나 매도하면 증여자의 취득금액이 아닌 수증자가 증여받은 가액으로 양도차익을 계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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