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세종=김혜원 기자, 송승섭 기자] 세계에서 '가장 아이를 낳지 않고 가장 빈곤하게 빨리 늙는' 우리나라의 저출산·고령화에 대응해 정부가 4대 분야·6대 핵심과제를 선정하고 구조 개혁에 나선다.
고용보험에 가입한 특수형태근로종사자와 예술인에 대한 육아휴직 급여와 65세 이상 고령자 신규 취업자를 대상으로 실업급여 지급을 검토한다. 난임치료 휴가 기간을 더 늘리고 외국인력 유치 규제는 완화한다.
학령인구 감소에 적응할 중기 교원수급계획을 내년 1분기 중 마련하고 지방소멸대응기금 배분 방식도 개선한다.
정부는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주재로 '제2차 인구미래전략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인구구조 변화와 대응 방안'을 발표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기획재정부 인구위기대응 태스크포스(TF)와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함께 발굴한 정책과제다.
정부는 6대 핵심과제를 통해 고령자 고용 연장 및 복지 제도 개편 등 구조 개혁 과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 본격화, 양육·보육 지원 등 기존 정책에 대한 효과성 분석을 기반으로 과감한 제도 정비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정책 효과성 분석을 기반으로 기존 사업을 정비해 내년에는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보완·발표할 계획이다.
정부는 여성의 경력단절 현상이 이어지고 중소기업 근로자·프리랜서 등에 대한 모성보호 제도의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상황 등을 감안해 일·생활이 조화를 이루고 차별 없는 출산·양육 환경 조성을 위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를 해소하고 경제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정부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를 개선한다. 대상 자녀 연령을 현재 만 8세에서 12세 이하로 상향하고, 대체인력의 고용을 촉진하는 방안을 내년 하반기 중으로 마련한다. 채용 서비스를 강화하거나 경력단절 여성을 고용했을 때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법이 거론된다. 성별 데이터를 외부에 공개하는 ‘성별근로공시제’는 내년 공공 부문부터 시작해 민간으로 확대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또 여성가족부의 가족친화기업 인증을 장기간 유지한 중소기업에 인센티브를 확대한다.
출산·양육 제도도 손질한다. 모성보호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육아휴직 기간이 1년에서 1.5년으로 늘어난다. 현재 1회에 불과한 '배우자 출산휴가 분할사용 제도'와 3일에 불과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았던 '난임치료 휴가' 역시 늘린다. 난임휴가의 경우 사업주의 비밀유지 노력의무 도입을 통해 사용을 유도할 계획이다. 고용보험에 가입한 특수형태근로종사자와 예술인에 대한 육아휴직 급여 지급도 검토한다.
가족친화기업 인증을 장기간 유지한 중소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를 확대하고 출산·양육 과정에서 부모의 법적 혼인 여부에 따른 차별이 발생하지 않도록 법·제도를 손볼 방침이다. 법률혼 관계가 아니지만 일정 요건을 갖춘 부모를 아이의 법정 보호자나 대리인으로 인정하는 등 결혼과 유사한 제도적 혜택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뜻이다.
정부는 또 저출산·고령화 지속에 따른 산업 전반의 인력 부족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외국인력의 적극적·탄력적 유치를 위한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경제활동인구 감소에 대응한 체계적 이민 정책 수립을 검토하기로 했다.
외국 우수인력 유치를 위해 중소기업 채용 외국인 전문인력의 비자 발급 경력 요건을 현행 5년에서 3년으로 완화하고, 우수 외국인력을 대상으로 일정 요건을 갖춘 경우 사전허용 직종(93개)과 관계없이 비자를 발급하는 네거티브 방식 비자(E-7-S)를 신설한다. 숙련기능전환인력 연간 총량 쿼터는 올해 2000명에서 내년 5000명으로 대폭 확대한다. 비전문 취업인력의 경우 출국·재입국 없이도 숙련기능인력으로 전환할 수 있게끔 체류 기간 자격 요건을 5년에서 4년으로 완화한다.
산업 현장 수요에 적합한 인력이 적기 공급되도록 고용허가제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비전문인력의 사업장별 허용 인원 확대와 노동시장 테스트 개선(구인 노력 의무기간 단축 등)도 검토한다.
한국어능력이 우수하고 국내 비전문 취업을 희망하는 외국인 유학 졸업생도 고용허가제 외국인력(E-9)으로 전환해 활용하고 외국인 유학생(D-2)의 시간제 취업 활동 허용 시간을 학업 성취도에 따라 탄력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과학·기술 우수인재의 영주와 귀화를 위한 ‘패스트트랙’은 내년 상반기 중으로 도입한다.
체계적 이민 정책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기 위한 추진 방안도 논의한다. 이민 정책 컨트롤타워 역할 수행, 중장기 이민 정책 추진 방향 마련 등을 위한 이민 정책 추진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고령사회에 대비해서는 연금저축 세액공제를 확대하고 단계적 퇴직연금 의무화를 재추진한다. 또 한국형 계속고용 제도 도입을 위한 사회적 논의를 본격화하고 65세 이상 신규 취업자에 대한 실업급여 적용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우선 노후소득을 늘리기 위해 다층적 연금 체계를 구축한다. 연금저축 세액공제를 400만원에서 600만원(퇴직연금 세액공제 합산시 700만→900만원)으로 확대한다. 또 퇴직금을 폐지하고 퇴직연금을 단계적으로 의무화하되, 퇴직연금 조기 도입 시 인센티브 지급 등 중소기업 사업자·근로자 부담 완화 방안을 함께 마련할 방침이다.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개정안은 내년 하반기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고령자의 은퇴 후 소득 현황을 종합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공·사적 연금 자료를 연계한 포괄적 연금 통계 개발은 내년 10월까지 마칠 예정이다.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38.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최고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형 계속고용 제도 도입과 상생형 임금 체계 개편 등 고령자 고용 연장에 관한 사회적 논의에도 속도를 낸다. 임금 체계 개편과 연계한 60세 이상 계속고용 법제 마련을 위한 절차를 말한다.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한 계속고용장려금은 올해 108억원에서 내년 268억원으로, 고령자고용지원금은 54억원에서 558억원으로 확대한다.
정부는 계속고용 관련 사회적 논의를 바탕으로 65세 이상 신규 취업자에 대한 실업급여 적용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고령자의 재취업과 창업을 장려하기 위해 통합고용 세액공제를 신설하고 60세 이상 채용 지원을 확대한다. 고령자 고용 시 중소기업 공제액은 수도권은 1100만원에서 1450만원으로, 지방은 1200만원에서 1550만원으로 상향한다.
고령자를 위한 의료·돌봄·요양 서비스도 확충한다. 의료·요양 필요도를 통합 판정하고 건강·기능에 부합하는 적정 서비스를 연계하는 통합 판정 체계를 내년 중 마련하고 재택의료센터 시범사업을 실시한다. 민간의 노인돌봄 서비스 분야 진입을 지원하고 다양화·규모화를 유도하는 등 공급 확대 방안을 검토한다.
전공의 지역병원 수련 확대 및 고령화에 따른 의료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의과대학 정원 조정을 협의하며 노인 간병 전문 외국 인력의 단계적 도입 방안도 살핀다.
고용 지표는 고령화 대응이 가능하도록 경제활동인구 조사 연령 구간을 '70세 이상'에서 '70~74세', '75세 이상'으로 세분화하고 관련 지표를 제공할 방침이다.
정부는 영유아·아동 및 노인 등 생애주기 전체에 걸친 돌봄 체계도 들여다본다. 늘봄학교(전일제 교육, 20시까지 돌봄제공) 추진을 위해 교육(지원)청 중심 전담 운영 체제를 구축하고 마을돌봄 운영 시간은 현행 19시에서 20시로 연장한다.
민간의 노인돌봄서비스 분야 진입을 지원하고 다양화·규모화를 유도하는 등 공급 확대 방안과 노인간병 전문 외국인력의 단계적 도입 방안도 함께 검토한다.
정부는 학령인구 감소에 적응하고 지방소멸에도 대응하기 위해 교육 부문 재원·시설·인력의 효율화와 재배분을 추진한다. 중기 교원수급계획(2024~2027)을 내년 1분기 중 마련하고 인구 감소 중소도시에 양질의 정주·생활 여건을 갖춘 은퇴자 귀향타운을 조성한다. 지방소멸대응기금 사업 기금 배분 방식을 내년 상반기 중 개선하고 국토·도시·지역 정책의 단위를 현행 행정구역 단위에서 인구 규모·경제활동을 반영해 재설계할 방침이다.
교육재정교부금 중 교육세 등을 재원으로 미래 인재 육성에 투자하기 위한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를 운용하고 향후 교육환경 변화를 고려해 교육재정 효율화 작업도 병행한다. 또 의경·해경·소방원 등 전환 복무를 폐지하고 간부(소위·하사) 임용 연령 상한을 현행 27세에서 29세로 완화하는 등 인력 충원 체계 개편을 통해 병역 자원을 확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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