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 '기후 악당' 벗어날 의지 없는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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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 유럽의 독립 평가기관인 저먼워치, 기후 연구단체 뉴클라이밋연구소 등 국제 시민단체는 온실가스 배출량과 감축 목표,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 에너지 사용량, 국가 기후 정책 등을 평가해 매년 기후변화대응지수(CCPI)를 발표한다. 지난 달 발표된 올해 결과에서 한국은 유럽연합을 포함한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92%를 배출하는 60개국 중 57위였다. 한국보다 뒤처진 국가는 이란, 카자흐스탄, 사우디아라비아뿐이다. 2021년에는 61개국 중 60위, 2020년에는 58개국 중 53위였다.


특히 이번 평가에는 지난해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해 제출한 '2030년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까지 반영됐지만, 한국은 여전히 ‘기후 악당’(climate villain)을 면치 못했다.

한국은 온실가스 배출, 재생에너지, 에너지 소비 항목에서 '매우 저조', 기후 정책 항목에서 '저조' 평가를 받았다.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로 온실가스 감축 추진 목표는 가점요인, 윤석열 정부가 지난 8월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을 통해 재생에너지 비율을 2030년까지 30%에서 21.5%로 낮춘 것은 감점요인이 됐다.


지난달 20일 이집트 샤름엘셰이크에서 폐막한 'COP27'에서 회원국들은 '손실과 피해' 기금 조성에 합의했다. 기후변화 위험에 직접적으로 노출된 나라와 개발도상국들은 홍수, 가뭄, 산불 등 자력으로 막을 수 없는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에 따른 보상금을 선진국이 지불해야 한다는 주장을 일정 부분 선진국들이 받아들인 것이다.


향후 기금의 재원 마련과 운용 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한 임시위원회 설치에는 합의했지만, 구체적인 기금 재원 마련 방안은 내년 11월 열릴 COP28로 미뤘다. 손실과 피해 기금 조성을 위해 한국이 재정을 부담하지는 않는다. 1992년 유엔 기후협약 당시 한국은 선진국이 아닌 개발도상국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30년 전 기준인 만큼 세계 탄소배출량 1위 국가인 중국과 사우디 같은 신흥국도 재정 부담에 동참하라는 요구가 거세다. 임시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중국이나 한국, 사우디 등의 국가가 재정 부담국에 포함될 가능성도 있다.


손실과 보상 외 2009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COP15에서 매년 조성하기로 한 1000억달러 규모의 기금을 조성하는 '재원' 부문에서는 한국도 재정을 부담해야 한다. 한국은 선진국의 일원으로서 참여한다는 명목을 내세우면서도 내년부터 3년간 총 36억원, 연간 12억원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국제 환경단체에서 활동하는 한 활동가는 "연간 서울시내 아파트 한 채 값을 개도국을 위해 내놓겠다는 발표에 너무 부끄러웠다"면서 "한국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당당하게 나서기에는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많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그간 정부의 행보를 보면 한국은 기후위기 대응에서 기후 악당 꼬리표를 뗄 의지가 없어 보인다. 전 지구적 현안을 외면하면서 선진국 대우를 바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2018년 12월 COP24에서 당시 15세였던 스웨덴 출신 기후 활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정치 지도자들을 향해 이렇게 외쳤다. "당신들은 아이들을 사랑한다고 말하면서도 그들의 눈앞에서 그들의 미래를 훔쳐가고 있다". 지금 한국 정부, 정치가들 역시 이 일침을 새겨듣기 바란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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