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 유제훈 기자, 부애리 기자] 2021년 1월, 한 외국계 은행에서 1년마다 한 번씩 바뀌는 변동금리를 선택해 연 2.5%로 주택담보대출 6억5000만원을 받았던 회사원 문한결씨(42). 문씨는 고심 끝에 지난달 인터넷은행 주택담보대출로 갈아탔다. [관련기사] '대출? 갈아타!'
문씨는 "집을 살 때는 제일 싼 금리를 알아봐서 대출을 받았는데 이게 금융채 기준으로 변동금리가 결정되는 상품이었다"며 "요즘 하도 금리가 올랐다고 해서 은행에 문의해보니 내년 1월 갱신 시점엔 7% 이상 될 거 같아 대환대출을 알아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문씨가 선택한 건 카카오뱅크 변동금리 4.05% 주담대 상품. 문씨는 "지금 대출을 그대로 뒀으면 매달 원리금 상환액만 400만원이 넘었을텐데, 갈아타면서 약 300만원 정도로 떨어졌다"며 "월 100만원 정도 아낄 수 있어서 발품 판 보람이 있다"고 했다.
금리인상기에 '받은 대출도 다시 보는' 영끌족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자가 0.1%포인트라도 낮은 은행을 찾아 옮겨가는 현상은 올해 하반기부터 뚜렷하게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7월과 9월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밟은 이후, 금리 인상 폭이 껑충 뛰며 대출을 갈아타는 수요가 증가했다.
27일 카카오뱅크(이하 카뱅)에 따르면 다른 은행에서 카뱅으로 갈아탄 주택담보대출(약정금액 기준) 금액은 지난 10월 말 기준 953억원에 달했다. 올해 3월 말 63억원→6월 말 94억원 →9월 말 643억원으로 늘어났다. 카뱅 관계자는 "대환대출 수요 중 80%가량이 1금융권에서 카뱅으로 넘어온 영끌족"이라며 "10월 말 기준으로 카뱅 주담대를 받는 사람 10명 중에 3명은 타행 대환 목적"이라고 밝혔다.
카뱅의 주담대 금리는 26일 현재 최저 4% 중반대다. 아무리 낮아도 5~6%부터 시작하는 시중은행들보다 낮은 수준이다. 지난달까진 금리 3%대 대출도 나갔다. 은행연합회 공시 중 11월 주담대 금리구간별 취급비중(분할상환방식)을 보면 금리 3.5%이상~4%미만 비중이 16.3%에 달했다.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비대면으로 운영되는 데다 모집인 수수료 비용 없고 중개사 제휴 수수료 비용도 들지 않아서 카뱅이나 케이뱅크의 주담대 금리가 낮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신용대출의 경우 대출비교플랫폼을 통해 갈아타는 수요가 집중됐다. 서울에 사는 버스 운전기사 김동길씨(61)는 '핀다'를 통해 신용대출 금리를 12.7%포인트 낮췄다. 김씨는 "올해 6월 카드사의 대출 권유 전화를 받고 16.9% 금리에 3000만원을 빌렸더니 월 이자만 42만원씩 나갔다"며 "딸 아이가 이 사실을 알고 대출 비교 앱으로 알아본 다음 지방은행 4.2%짜리로 갈아타니 이자가 10만5000원으로 확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대출중계플랫폼 핀다에 따르면 대환대출 수요는 올해 3월 말 약 96억원(509건)에서 6월 말 약 657억원(3555건), 9월 말엔 1080억원(5660건)으로 집계됐다. 금리인상기를 타고 급격한 성장세를 보였는데, 주로 카드론이나 저축은행 같은 2금융권에서 1금융권으로 이동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핀다 관계자는 "대환대출을 받은 사용자 10명 중 7명은 금리를 낮췄고, 10명 중 8명은 한도를 높였다"며 "1인당 평균 4.61%포인트 금리를 낮췄고, 한도는 952만원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핀다에서 서비스하는 시중은행도 지금까진 하나은행뿐이었지만 우리은행도 조만간 참여할 예정이다. 금리가 상대적으로 낮은 시중은행 참여자가 늘어날수록 금리 인하 효과가 더 커질 수 있다.
금융권은 내년에도 금리 오름세가 지속되면 대환 수요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당장 다음 달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또 한차례 인상할 확률이 높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지난 23일 "내년 기준금리는 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2.0%)으로 수렴해 나갈 수 있도록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둔 운용 기조를 지속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낮았던 2017~2019년까지 전체 주담대 대출자 중 고정금리를 선택한 비중은 매달 30~50% 정도로 지금보다 훨씬 많았는데, 이 대출자들이 변동금리를 적용받게 되는 시점엔 이자가 훨씬 비싸진다"며 "이들을 포함해 대환대출 수요는 점점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도 "내년 6월 5대 은행을 포함한 1금융권과 2금융권이 모두 들어가는 대환대출 플랫폼이 등장하면 대출 갈아타기가 보편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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