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춘희 기자, 변선진 기자] 인공지능(AI) 진단 보조·디지털 치료기기(DTx) 등 비침습적 혁신 의료기기 업계의 숙원 중 하나가 해소됐다. 기존에는 최소 1년 이상 걸렸던 시장 진출이 앞으로 빠르면 80일 안에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최근 이 같은 '혁신의료기기 통합심사·평가 제도'를 도입하고 최초의 대상 의료기기를 지정했다. 제이엘케이 (JLK)의 뇌경색 진단 보조 소프트웨어 'JBS-01K'와 에임메드와 웰트의 만성 불면증 개선 DTx '솜즈'와 '필로우 Rx'가 그 주인공이다.
기존의 '혁신 기술' 적용 의료기기는 실사용을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의료기기 허가(최대 80일),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혁신의료기술평가(최대 250일) 등의 과정을 거쳐야 했다. 규정된 기간만 390여일로 1년이 넘고, 중간에 지연 사유가 발생하면 최종 출시까지는 몇년이 걸린다는 불만이 쏟아졌다.
이에 복지부는 관련 절차를 통합심사·평가토록 하고, 임상적 유용성 및 의료결과 향상 등으로 평가 항목을 간소화해 혁신의료기기가 빠르게 의료 현장에 도입될 수 있도록 하는 이번 제도를 마련했다. 혁신의료기기로 지정된 제품은 식약처 허가와 동시에 30일 간의 혁신의료기술 공포 절차를 거치면 비급여 또는 선별급여로 의료현장에서 3~5년간 쓰일 수 있게 된다.
혁신의료기기로 지정된 3사 대표는 모두 제도를 통해 빠른 시장 진입이 가능해졌다는 데 공감을 표했다. 김동민 JLK 대표는 "기업이 더욱 혁신적인 기술에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임진환 에임메드 대표는 "혼란스러운 상황을 벗어나 하나의 정책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고, 강성지 웰트 대표도 "빠르게 실사용 데이터(RWD)를 확보하고 기기를 발전해나갈 수 있는 시장 친화적 제도가 도입됐다"고 말했다.
김동민 JLK 대표는 "통합심사 통과로 다음달 말부터 JBS-01K의 병원 내 비급여 사용이 가능해졌다"며 "시장 진출 가속화는 물론 사업 안전성이 제고돼 기업이 더욱 혁신적인 기술에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JBS-01K는 환자의 자기공명장치(MRI) 영상과 의료 데이터를 AI로 분석해 뇌경색의 원인을 분류해주는 의료기기다. 김 대표는 "뇌졸중 유형 분류와 예방 치료 수립까지 도와줘 환자 맞춤형 치료가 가능해질 것"이고 강조했다.
JBS-01K는 이미 4년 전 식약처로부터 허가를 받았음에도 보험 수가 적용 여부가 확정되지 않아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김 대표는 "이번 지정으로 3~5년 간 비급여로 청구가 가능해져 많은 환자에게 쓰이는 동시에 현장 실증도 가능해졌다"며 "더 많은 분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다방면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전했다.
임진환 에임메드 대표는 "기존에는 솜즈의 시장 진입을 빠르면 2024년 상반기로 예상했다"며 "이를 1년 정도 앞당길 수 있게 돼 실제 의료 현장에서 솜즈를 빠르게 처방하고 검증받을 수 있는 큰 혜택을 입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신의료기술평가, 혁신의료기술사업 등 여러 선택지 중 하나를 골라야 하는 혼란스러울 수 있는 상황이었다"며 "통합심사 제도 도입으로 하나의 정책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솜즈는 현재 식약처의 제품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 이르면 연내 승인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임 대표는 "연내 품목허가와 더불어 혁신의료기술사업 승인이 내년 1분기 중으로 완료된다면 2분기부터라도 실제 의료 현장에 나아갈 생각"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RWD를 축적하고 피드백을 분석해 낸 DTx가 경쟁력을 가질 것이라는 계산 아래 빠른 시장 진입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강성지 웰트 대표는 "DTx는 환자 개개인에 맞춰 RWD 기반으로 진화하는 소프트웨어 의료기기(SaMD)"라며 "검증을 간소화해 빠른 출시를 이끌어냄으로써 RWD를 확보하고 기기를 발전해나갈 수 있도록 하는 시장 친화적 제도가 도입됐다는 데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그는 다만 "독일의 '디지털헬스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램(DiGA)'은 급여화에 대한 부분도 포함돼 있다"며 "결국 가장 중요한 건 현장에서 쓰일 수 있는 활로인만큼 제도가 더 폭발력이 있으려면 수가에 관한 부분도 제도에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번 제도를 통해 필로우Rx의 심사를 받으면서 강 대표는 "차례대로 밟아나갔을 과정을 한 번에 하다보니 부담되는 면은 있었다"면서도 "빠른 시간 내에 졸업하면 더 좋은 결과물을 기대할 수 있다고 보고 열심히 준비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하지만 그는 "의사와 환자가 DTx를 원활히 활용할 수 있을 만큼 임상 환경 등이 무르익지는 않은 것 같다"며 성급하게 상용화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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