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가 다음 총선에서도 유지될까. 2024년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선거구제 개편 논의가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정치개혁 방향은 소선거구제(한 지역에 1명만 대표)의 한계를 넘어서자는 것이다.
21일 민주당 내 정책의견·정치행동 그룹 '더좋은미래'는 국회에서 ‘선거제도 개혁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는 비례대표제 개혁과 중대선거구제 도입 등을 주제로 선거구제 개편 방안을 논의했다. 전문가와 의원들은 현재 선거구제가 정치 양극화를 초래하는데다, 지역균형발전의 장애물이 될 수 있으며 대표성도 떨어진다는 점을 지적했다.
토론자로 나선 임미애 민주당 경북도당위원장은 경북 지역 민주당 지지자들이 표가 고스란히 사표가 되는 현실을 소개했다. 임 위원장은 "많은 분들이 다당제 이야기를 하는데 (경북지역 민주당 사람들은) 양당제라도 해보고 싶다고 말한다"면서 "선거제도 개혁의 초점이 지역주의 극복을 위한 현실적 대안 마련에 집중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대선거구제 논의 과정에서 농촌지역의 경우 소선구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논리도 비판했다. 이 논리는 농촌 지역의 대표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소선구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논리로 이용됐다. 이와 관련해 임 위원장은 "영주, 영양, 울진, 봉화 선거구가 하나의 선거구인데 이미 지역 대표성을 상실한 상태"라면서 "농촌지역을 이유로 소선구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발제자로 나선 강우진 경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더 근본적으로 현 선거제도가 대표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민주화 이후 한국의 청년은 압도적으로 과소대표됐다"며 "20대에서 단 4명, 30대는 91명으로, 2700명의 당선자 가운데 5%에 불과했다"면서 "민주화 35년간 한국 민주주의의 대표성은 고학력, 50대 이상, 수도권 대학 출신으로 대단히 편향됐다"고 꼬집었다. 그는 "절반이 넘는 한국의 청년들은 국회가 자신들을 대표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강 교수는 "21대 국회의원을 보더라도 전체 의원의 3분의 1(103명)은 SKY(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출신이며, 평균연령은 55세 남성, 직업은 정치인이라는 특징을 가진다"며 "선거제 개혁은 현재 카르텔을 이르고 있는 체제에 그동안 대표되지 않은 집단들을 어떻게 대표하느냐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이관후 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 박사는 "소선거구제는 국민의 다양성이 확보되지 않는 방식으로 엘리트를 선출하는 방식"이라면서도 "이 제도는 사표가 많고 게리맨더링(불공평한 선거구 획정)이 쉽고, 지역적 편향이 강해진다"고 지적했다. 이 박사는 "(소선거구제에) 정치적 무관심과 냉소, 포퓰리즘이 커지면 오히려 유권자의 대표성이 약화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면서 "표의 등가성 역시 선거구의 획정에 따라 실질적으로 훼손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한국의 경우) 인구비례에 따라 수도권 의원이 늘면서 지역 불균형에 대한 관심과 예산 지원이 줄어드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며 "문재인 정부에서 지역 균등 발전이 약화했던 원인 가운데는 수도권 의원 수가 늘어난 것도 원인"이라고 언급했다. 소선거구제가 역으로 지역 불균형을 가속하는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2024년 혐오의 총선 우려…생활권 선거구가 해법
이날 토론회에서는 구체적인 해법도 제시됐다. 더 좋은 미래 선거법 TF 간 사이기도 한 이탄희 민주당 의원은 소선거구제에서 생활권역형 선거구제로의 전환이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 의원은 "2024년 총선은 역대 최악의 네거티브 선거를 치를 가능성이 있다"면서 "양당(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지지층이 갈린 상태에서 결국 2~3%를 두고 싸움을 벌이는데, 양당이 표를 가져오기 위한 싸움을 할 수도 있지만, 저쪽을 못 찍게 만드는 방식이 더 편하다. 지금 정치도 그렇게 흘러가 다음 총선은 혐오의 네거티브 총선이 될 수 있다"고 우려를 했다. 그는 "잘게 쪼개진 선거구에 각 당에서 한 명씩 공천하는 방식은 유권자의 선택권을 제한한다"며 "선거구를 생활권으로 묶어 하나의 선거구에서 4~5명씩 당선되는 구조로 개혁한다면, 유권자는 당도 고를 수 있고 사람도 고를 수 있어 대표성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더 좋은 미래 대표를 맡은 강훈식 민주당 의원 "더 좋은 미래의 입장을 정하는 것을 목표"라면서 "선거법 개혁과 관련한 다양한 대안과 요구가 있기에 더 많은 의견을 들어볼 필요를 느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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