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8조대? ‘큰 손’ 양도세 회피 물량 쏟아지나

양도세 부과 대상인 대주주 기준 놓고 정부·여당과 야당 힘겨루기
관망하던 개인들, 26~27일 매도 가능성 … 지난해 연말 8조원대 쏟아져

[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연말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를 피하기 위한 고액 자산가들의 '회피 물량'이 수조원가량 쏟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투자소득세는 2년 유예하는 쪽으로 방향이 잡혔다. 그러나 양도세 20%가 부과되는 대주주 기준을 두고 정부와 여야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평행선을 긋고 있다. 양도세 향방을 지켜보고 있는 '큰 손' 개인투자자들이 납회를 앞두고 매도 물량을 쏟아낼 가능성이 있어 증시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정부·여당과 야당은 양도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기준금액 설정에 대한 미세 조정만을 남겨둔 것으로 전해졌지만,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양도세 부과 기준은 현 기준인 종목당 보유액 10억원을 유지해야 한다는 야당 주장과 정부안인 100억원 사이에서 진통을 겪어왔다. 최근 야당이 현행 유지 방침에서 한발 물러서 20억~30억원 수준에서 타협할 가능성도 흘러나온다. 종목당 30억원 수준으로 정해지더라도 연말 '큰 손' 개미들의 수조원대 매도 폭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게 증권가의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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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법상 대주주로 분류되면 주식 양도 차익의 20%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지난해 12월21일부터 28일까지 8조5070억원에 이르는 매물을 쏟아냈다. 특히 개인들은 증시 마지막 날인 12월28일 하루에만 3조원이 넘는 매도 물량을 내놨다. 이 중 상당수는 세금 회피성 매도 물량일 가능성이 크다.

한국거래소가 오는 30일을 연말 휴장일로 지정하면서 지난해보다 주식 거래 가능일이 하루 줄었다. 체결 일수를 고려하면 늦어도 27일까지 보유 주식 현황을 확정해야 한다.


증권업계는 연말마다 대주주 과세에 따라 매도 집중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대주주 기준 상향에 목소리를 높여왔다. 금융투자협회는 국내 31개 증권사와 함께 지난 11일 성명서를 내고 "대주주 기준 상향 조정 세제 개편에 국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당장 금투세가 전면 시행될 경우 납세자인 개인투자자들의 예측 가능성과 조세 수용성이 매우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연말 매도 물량이 쏟아지면 증시 변동성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더 흔들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여야가 양도세 대주주 기준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상당수 개인투자자가 일단 관망하고 있어서다. 기준금액 상향 여부를 끝까지 지켜본 후 물량을 매도하려는 이들이 많은 만큼 26일, 27일 등에 매물이 집중적으로 쏟아질 가능성이 있다. 통상적으로 한 종목을 10억원 넘게 가진 큰 손들은 연말에 물량을 매도해 10억원 미만으로 떨어뜨려 절세 효과를 누리고 다음 해에 다시 매수하곤 한다.

한 증권사 프라이빗 뱅커(PB)는 "예전에는 양도세 대주주 기준을 피해 가기 위해 10월부터 순차적으로 매도했지만 올해는 양도세 대주주 기준이 달라질 것으로 보고 거의 매도하지 않았다"면서 "양도세가 100억원으로 상향 조정된다면 주식을 팔지 않아도 되는 큰 손이 늘어나지만 현행(10억원)에서 소폭 상향되는 20억~30억원 수준이라면, 통상 두 달에 걸쳐서 나왔던 매물이 한 번에 나올 수밖에 없어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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