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이슬람사원 앞 '통돼지 바비큐'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슬람사원 건립 반대 비대위, 무슬림 유학생 규탄
연말 잔치라며 '통돼지 바비큐' 행사
무슬림, 돼지고기 먹는 것 '죄악'으로 여겨
주민-이슬람교도 갈등의 골 깊어져

15일 오전 대구 북구 경북대 서문 앞에서 '대현동 이슬람사원 건립 반대 비대위'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15일 오전 대구 북구 경북대 서문 앞에서 '대현동 이슬람사원 건립 반대 비대위'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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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대구 북구 한 지역주민들이 이슬람 사원 건축을 반대하며 사원 공사장 인근에서 통돼지 바비큐를 만들어 먹어 논란이다. 돼지고기는 무슬림에게 엄격히 금지되는 음식으로, 바비큐 시식은 일종의 강한 항의성 시위로 해석된다. 이슬람 사원은 인근 대학에 다니는 유학생들이 기도할 공간 마련을 목적으로 추진한 사업이다. 주민들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양측간 갈등은 법적 공방은 물론, 감정싸움으로도 비화하고 있다.


대현동 '이슬람사원 건립 반대 비대위'(비대위)는 지난 15일 오전 경북대 서문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사원 공사장 앞에서 '대현동 연말 큰잔치'를 열었다. 잔치에 쓰일 통돼지 바비큐는 성인 40~50명이 먹을 수 있는 50㎏가량으로 마련됐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비대위는 파키스탄인 유학생이 건축주 측 천막을 치우려는 주민의 팔을 손으로 밀친 혐의(폭행)로 약식기소 처분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이슬람 건축주들은 주민 폭행 사건에도 불구하고 돼지머리를 사원 공사장 인근에 두었다는 이유로 공사를 방해받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우리는 무슬림 유학생의 폭행 사건에 대해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을 폭행했다는 의혹을 받는 유학행 A씨는 지난 10월 '이슬람 사원 건축을 지지한다'는 현수막을 치우려던 주민의 팔을 밀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인권단체들은 정식 재판을 청구하겠다며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경북대 재학생과 졸업생 2명이 비대위를 비판하는 대자보를 학교 서문 벽면에 붙이려고 해 갈등이 빚어지기도 했다. 대자보에는' 돼지고기가 아닌 대화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글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대현동 이슬람사원 건립 반대 비대위'가 15일 대구 북구 경북대 서문에 경북대 재학생과 졸업생 2명이 비대위의 돼지고기 행사를 비판하는 대자보를 붙이려고 하자 항의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대현동 이슬람사원 건립 반대 비대위'가 15일 대구 북구 경북대 서문에 경북대 재학생과 졸업생 2명이 비대위의 돼지고기 행사를 비판하는 대자보를 붙이려고 하자 항의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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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사원 건축 문제를 둘러싼 갈등은 2020년 9월 시작됐다. 경북대 유학생을 중심으로 한 무슬림 7명은 공동명의로 된 단독주택을 '제2종 근린생활시설 종교집회장'으로 용도를 변경해, 대구 북구청에 건축 허가를 신청했다. 전체면적 245제곱미터(㎡, 74평) 규모다. 북구청은 이 지역에 종교집회장을 건축하는 데 아무 법적 제약이 없어, 건축 허가를 내줬다.


하지만 뒤늦게 이를 안 주민 350여명이 북구청에 반대 탄원서를 냈고, 북구청은 주민들과 합의해 민원을 해결할 때까지 공사를 중지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사원 건축주가 대구 북구를 상대로 '공사 정지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고, 1심, 2심에 이어 대법원도 건축주의 손을 들어줬다. 그럼에도 주민들과 유학생들간 갈등은 쉽게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만 2년 가까이 건축주 측과 인근 주민 간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9월 한 대구 시민은 "집단 사회를 구축하려는 이슬람 집단 때문에 지역 주민들이 오히려 역차별과 혐오를 받고 있다"며 "이들의 세력 확산을 막아달라"고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려 호소하기도 했다. 그는 주택 한복판에 사원이 들어서고 있으며, 무슬림들이 집단 사회를 만들어 단체행동을 하고 세력화 한다고 주장했다. 또 "외국인이 왔으면 우리 문화를 따라야지 왜 우리 국민이 다문화를 따라야 하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무슬림 사이에서는 문화를 존중해달라는 호소가 이어진다. 같은 해 4월 무슬림인 한 중학생은 대현동 주민들에게 편지를 보내 "이슬람 사원 문제 때문에 불편해 한다는 것을 이해한다"면서도 "이슬람은 우리에게 의무이고 생존에 필수다"라고 읍소했다. 이 학생은 "다양한 문화를 존중한다는 것은 여러분들이 저희 이슬람 사원을 배려하는 것"이라며 "저희도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극한 갈등으로 치달으며, 적절한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대현동 주민은 지난 10월 이슬람 사원 공사장 앞에 돼지머리를 갖다 놔 논란을 빚기도 했다. 공사장 인근에는 돼지머리 3개와 줄에 걸린 족발·돼지 꼬리 여러 개가 놓여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돼지고기 먹는 것을 죄악으로 여기는 이슬람 문명권을 지적하여, 우리 문화와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슬람 사원 건축 등을 둘러싼 주민과 유학생들과의 갈등이 커지는 가운데 양측의 원만한 합의는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북구청 관계자는 갈등분야 전문가를 위촉해 조정회의를 개최하는 등 노력했지만, 합의점에 이르지 못했다고 밝혔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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