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한달 이자만 200만원이 넘었어요. 연말이 더 팍팍하네요. 허리띠 졸라매서 원금을 한푼이라도 빨리 갚는 수밖에요."
2년전 서울 마포구 공덕 래미안 아파트를 산 차상민씨(39)는 4억7000만원짜리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6.49%로 오른다는 문자를 며칠 전 받고 가슴이 철렁했다. 신용대출 1억원 금리는 이미 7.47%까지 올라갔다.
계산기를 두드려보니 대출 두 개 이자만 합쳐도 한달에 222만원이었다. 원금까지 합치면 360만원을 매달 갚아 나가야 한다. 차씨는 "처음 대출을 받았던 2020년 12월에만 해도 금리가 3%대였다"며 "집값은 떨어지는데 이자는 오르고. 그때만 해도 이렇게 힘든 시기가 올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올해 마지막달까지 오름세를 멈추지 않았다. 시중은행들이 주담대 변동금리를 책정할 때 기준으로 삼는 신규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1년간 2.65%포인트 상승했기 때문이다.
은행연합회가 지난 15일 발표한 코픽스(11월 기준)는 4.34%까지 올랐다. 올해 1월(2021년 12월 기준) 코픽스가 1.69%였는데 그동안 가파른 상승 속도를 보였다. 코픽스가 4%를 넘은 건 2010년 1월 공시를 시작한 이후 처음이다. 12년 10개월만에 주담대 변동금리가 최고치를 찍었고, 영끌족의 이자 부담도 그만큼 늘어났단 의미다.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8% 진입을 코앞에 두고 있다. 지난 16일 기준으로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주담대 변동금리은 전날 코픽스 상승폭을 반영해 5.19%~7.72%를 기록했다. 올해 1월만 해도 3%~5%대 였던 것과 비교하면 껑충 뛴 셈이다. 그동안 금융당국이 은행들의 대출 가산금리 인하를 압박했고, 은행들도 이 방향에 동참했지만 시장금리 상승세가 워낙 가팔라 소비자들이 체감하기엔 역부족이라는 게 금융권의 설명이다.
그럼에도 시중은행들은 곧, 또 한차례 가산금리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금리 개입에 대해 "예외적인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일부 비난을 받더라도 역할을 해야 한다"(11월 28일)고 언급한 만큼 분위기를 살피고 있는 중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산금리를 내리고 우대금리를 늘려서 금리를 조정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했다. 우리은행이 이달 들어 전세대출 금리 최대 0.85%포인트 낮춘다고 발표했고, NH농협도 1월부터 전세대출금리를 최대 1.1%포인트 인하하겠다고 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조치다.
영끌족의 '고난의 행군'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14일 빅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을 밟은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영향으로 인해, 한국은행 역시 기준금리 인상을 내년까지 지속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기 때문이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시중은행 대출금리와 예금금리도 덩달아 뛴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내년 첫 통화정책방향회의는 1월 13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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