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집행위원장, 美 겨냥 "유럽식 IRA로 응답해야"

미-EU간 '무역전쟁' 본격화 우려
EU 역내 기업 보조금 규제 완화·공공투자 확대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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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내년에 시행되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대해, EU도 '유럽식 IRA'로 대응해야 한다며 작심 발언에 나섰다.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 속 핵심 동맹 간 '무역전쟁'은 안 된다면서도 EU 역내 기업에 대한 보조금 규제 완화와 공공투자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다시 확인했다.


그는 14일(현지시간) 유럽의회 본회의에 출석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더는 값싼 러시아산 에너지에 의존할 수 없으며 유럽의 산업모델을 청정·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바꿀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글로벌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며 미국 IRA를 원인 중 하나로 지목했다. EU 이사회(정상회의)를 하루 앞두고 대책 마련을 촉구한 것이란 평가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바이 아메리칸' 기조와 차별적 세금감면 혜택, 북미산 생산품에 대한 보조금 혜택 등을 언급하며 "IRA가 불공정 경쟁을 유발할 위험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우리의 유럽식 IRA로 답해야 한다"며 "유럽의 청정 기술을 기반으로 한 산업 근간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려되는 분야에 대한 투자 보조와 세금 감면이 더 쉽고 신속히 이뤄지도록 할 필요가 있다"며 보조금 지급 규정을 단순하고 신속하게 할 새로운 계획을 다음달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청정 분야 투자에 대해서는 회원국들이 제3국과 보조금을 매칭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이는 기업들이 미국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EU에 계속 투자하고, 또 EU에 계속 남아 투자하는 동기를 부여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럽주권펀드' 조성 추진 의사도 재확인했다. 유럽주권펀드는 미래 유럽 산업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하는 기금으로, 내년 여름께 발표 예정인 EU 집행위의 다년도 지출예산안(MMF)에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EU는 그간 기업에 대한 보조금이 불공정 경쟁을 야기할 수 있다는 이유로 지급 요건을 까다롭게 해왔다. 그러나 러시아발 에너지 위기로 청정·재생에너지 전환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미국 IRA가 역내 투자 유치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며 보조금 지급 규정을 완화, 공공투자를 확대해 역내 산업을 보호하겠단 취지다.


다만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미국 행정부와 IRA의 '가장 우려스러운 측면'에 대한 긴밀한 협의를 계속하고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그는 청정 기술에 필요한 핵심 원자재를 예로 들며 "현재 가장 시급한 핵심 원자재 일부는 한 국가, 중국에 의해 통제되고 있다"며 "이같은 취약성에 대한 우려는 미국과 우리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한창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지금은 우리의 가장 가까운 파트너이자 동맹과 무역 전쟁을 할 때가 아니다"라며 "민주 국가들이 우크라이나를 지지하기 위해 더 힘을 합쳐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날 집결한 EU 정상들은 미 IRA에 대응하기 위한 역내 산업보호 대책 등을 집중적으로 논의할 방침이다. 우크라이나 지원 방안,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른 추가 대책 등도 다룬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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