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베이징=김현정 특파원] 중국이 '제로코로나' 폐지 수순을 밟으며 개방 속도를 높이자,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 의약품 사재기 현상으로 해열제나 자가진단키트가 품귀현상을 빚는 가운데, 양성 확진을 받은 의료진도 현장에 투입되는 등 의료시스템이 혼란을 겪는 모습이다.
15일 현지 매거진 중국츠샨지아(中?慈善家) 등 언론에 따르면 중국 베이징 내 다수의 의료기관이 극심한 인력 부족으로 코로나19 양성 확진을 받은 의료진을 근무하도록 하고 있다. 베이징 소재 코로나19 지정병원의 주임 의사 장이는 이 매체에 "지난 7일 10가지 방역 조치 발표 이후 의료진의 대량 감염이 불가피해졌고, 주변 의사들이 적어도 절반은 감염됐다"면서 "매일 다수의 코로나19 확진자를 진료해야 하는 의사들은 감염 위험이 더 높고, 격무로 쉬지 못해 면역력이 더 떨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병원은 '양성이지만 무증상이거나 '견딜 수 있는 정도'라면 출근을 고려할 수 있다'고 의사들에게 통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현장은 일대 혼란을 겪고있다. 이 매체에 따르면 일부 베이징 내 발열 진료소의 대기 시간은 6시간을 웃돌았고, 영하의 날씨에 고령자를 비롯한 유증상자들이 장시간 대기하며 상황은 더욱 악화하고 있다. 지난 12일 리앙 베이징시 위생건강위원회 대변인의 발표에 따르면 전날 기준 전체 진료 환자는 전주 대비 16배 증가한 2만2000명에 달했다. 이달 5~11일 2급 이상 병원에서 진찰받은 '유사 인플루엔자' 진료 사례는 1만9000명으로 같은 기간 6.2배 뛰었다. 120 응급 전화 24시간 호출량은 지난 9일 3만1000명으로 평시의 6배까지 치솟았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허난성의 한 진료소 앞에서 병상이 없어 차량 내에서 수액을 맞고 있는 환자들을 찍은 동영상이 화제가 됐고, 베이징의 한 병원 약국 창구에 "모든 약사가 병을 무릅쓰고 근무하고 있다. 관대하게 대해달라"라고 써 붙인 안내문도 삽시간에 퍼지며 회자됐다.
해열제와 감기약, 자가진단키트, 온도계 등은 수요 급증으로 빠르게 소진되며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지난 12일 베이징시 전염병예방 및 통제 업무 브리핑에서는 의약품의 전자상거래 판매 기준 완화와 대체 의약품 사용 권고 등을 안내했고, 베이징한인회는 교민들을 위해 인당 5개의 키트 보급을 안내하는 등 지원에 나섰다. 한 약국 관계자는 중국츠샨지아에 "감기 발병률이 높은 계절적 수요에 코로나19가 덮쳤다"면서 "원래 겨울이면 약국들은 일일 재고량을 5~6배로 늘리지만, 올해는 물량도 턱없이 부족하고 일부 유통업체가 약을 사재기해 비싸게 팔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약품들은 중증 환자가 많은 대형 병원에 우선 공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현재 중국의 코로나19 발생 규모가 '정점'이 아니라는 것이다. 바이두에 따르면 이 회사의 '전염병 검색지수'를 활용, 경제학자 천친이 수학적 모델을 통해 도출한 성별 코로나19 확산 정점은 대부분의 도시에서 12월 말~1월로 예측된다. 베이징과 허베이가 이틀 전인 13일로 전망됐었지만, 여전히 확진자 수가 증가하며 빗나갔다. 장시, 저장, 안시, 푸젠 등 동부와 남부의 경우 1월 말께나 돼야 확진자 수가 정점에 이를 것으로 관측됐다.
한편, 중국 당국은 코로나19 급속 확산에도 경제 정상화를 위한 대응에 주력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최고지도부, 지방정부 고위 관료, 국영기업 대표 등이 참석하는 중앙경제공작회의가 15일 개최될 예정이다. 당초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미뤄질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지만, 예정대로 강행한다는 방침을 최근 확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2~3일간 비공개로 진행되는 이 회의에서는 이듬해 중국 경제정책 방향을 결정하며, 경제성장률이나 물가상승률 등 주요 경제지표 등에 대해 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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