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일상은 팍팍한데 경쟁은 더 심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자산 불평등을 나타내는 피케티 지수가 세계 최고다.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은행 자료를 통해 계산한 피케티 지수는 9.6배였다. 서구 여러 나라들은 5~6배를 오간다. 양극화에 비상이 걸린 중국도 지난해 기준 7.3배다. 우리나라의 불평등은 '아찔'하다.
불평등은 당연한 것일까. 선진국에 접어든 한국 사회에선 불평등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않는다. 오히려 능력이 있는 사람이 잘 사는 것이 '정의'라고 말한다. 가난과 고통은 스스로의 무능력 탓이다. 저자인 사회학자 조형근은 이를 두고 기득권이 무도해진 모습이라 비판한다. 선진국이 될 떄까지 참으라던 그들의 말이 바뀌었다고 꼬집는다.
불평등 세계 1위와 선진국, 한국사회의 양면이다. 저자는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고통과 현안을 27개 단어로 정리했다. 1장은 '불평등이 심해지는 세상'이다. 불안정한 노동자를 뜻하는 '프레카리아트(위태롭다와 노동자의 합성 영단어)', 삼성가(家) 관련 상속세와 세습자본주의, 지방소멸 등 현재 진행형인 불평등을 여러 사례를 통해 톺아본다.
2장 '모두 안전한 사회'에서는 산업재해와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로 운을 뗀다. 고(故) 이선호씨의 평택항 안전사고의 사례를 들며 한국 사회의 그늘을 들춰낸다. 이후 공공임대 주택, 기본소득, 최저임금을 통해 우리나라에서 서민들이 삶을 지탱할 방안들을 고민한다. 특히 최저임금 부분에선 '을'들의 경쟁을 획책하는 정치권과 언론을 강력히 비판한다. 코로나19로 위기에 빠진 자영업자,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고려해야 한다는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반대 주장이 당황스럽다고 지적한다. 중소기업, 자영업자의 위기는 구조적 원인이며 최저임금 인상 이전에 이미 한계 상황에 처해있다는 분석이다.
4장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에서는 저자의 전공 영역인 사회 문제로 진입한다. 차별금지법, 난민,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등을 다루며 사회 속에 이글거리는 보통 사람들의 욕망과 편견을 꼬집는다. 저자의 고민은 종교까지 번져간다. 5장 '성공의 시각' 첫 주제는 번영신학이다. 기복신앙의 기원을 살펴보며 종교에 스며든 성공주의, 변질된 능력주의까지 살펴본다.
능력주의는 원래 정의와 평등의 개념이었다. 타고난 신분, 성별, 인종 등이 아니라 지능, 노력, 성취, 기여 등 개인이 발휘한 능력에 따라 소득과 지위, 권력 등이 분배된다는 의미다. 하지만 20세기 중반 서구 사회에서 '귀족'의 흔적이 사라지고 능력주의 '엘리트'가 등장하면서 퇴색하기 시작했다. 저자는 "엘리트들은 자신이 받는 막대한 보상이 과거 귀족과는 달리 능력에 기초한 공정한 경쟁의 결과라며 정당화하는 한편 성공하지 못한 이들은 '능력 부족'으로 치부했다"며 "그렇게 능력주의는 평등을 지향하는 진보적 이념에서 불평등과 차별을 정당화하는 보수적 이념으로 바뀌었다"고 비판했다.
저자는 7장에 걸쳐 방대한 주제들을 빠르게 휘몰아치며 한국사회를 조망한다. 어떤 주제는 누군가의 시선에선 너무 간단히 지나간 경우도 있고, 때로는 성긴 논증이라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관통하는 주제는 명확하다. 한국사회는 다양한 문제가 있고, 고칠 수 있는 여력 또한 함께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힘 센 사람들의 시혜로는 평등한 세상이 오지 않고, 결국 보통사람들이 뜻과 힘을 모을 수 밖에 없다"라며 "역사는 연대와 협력이 성장에도 이로웠음을 보여준다"라고 강조한다.
키워드로 읽는 불평등 사회 | 조형근 지음 | 소동 | 322쪽 | 1만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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