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짜배기 지식재산]로보카폴리 짝퉁 中마트에 버젓이…소송 결과는?

③해외에서 내 상표권 지키려면 어떻게
로이비쥬얼, 중국서 상표권·저작권 침해
중국, 악의적 상표선점 행위 단속 강화
"상표 브로커, 중소·신생브랜드 중심 활동"
해외 사업 진출 시 선출원·모니터링 필요

국내 애니메이션 '로보카폴리'

국내 애니메이션 '로보카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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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중국 산둥성의 한 마트에서 우리나라 유명 완구 ‘로보카폴리’의 모조품이 다수 발견됐다. 제품 포장은 물론 자동차 완구 4종까지 ‘엠버·로이·폴리·헬리’ 모양과 똑같았다. 로보카폴리 제작사 로이비쥬얼은 이 모조품을 판매한 팡저우 이거우 마트를 대상으로 8만위안(한화로 약 1500만원) 상당의 상표권과 저작권 침해소송을 제기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2020년 5월 중국 법원은 원저작권자인 로이비쥬얼의 손을 들어줬다. 곽소희 한국지식재산보호원 연구원은 "중국 내에서 상표권(2006년 8월)과 저작권(2015년 11월) 등록이라는 이중 장치로 권리를 확보했기에 가능했던 결과였다"고 분석했다. 만약 로이비쥬얼이 상표권만 등록했다면 포장 상자의 표지만 교묘하게 변경해 해당 제품을 계속 유통시켜도 제재를 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저작권 침해 주장에 필요한 자료를 충분히 확보한 점도 승소에 일조했다. 아쉬운 점은 법원에서 선고한 손해배상액이 7000위안(130만원)에 그쳤다는 것이다. 모조품 판매로 로이비쥬얼이 얼마나 손실을 입었는지 입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는 중국 내 모조품 판매가 불이익으로 돌아올 수 있음을 확인시켜줬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판례로 꼽힌다.

◆中 악의적 상표 선점 단속 강화= 최근 들어 중국이 ‘짝퉁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식재산권 보호를 위한 움직임을 사회 전반적으로 확대하는 추세로, 상표권 침해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상한액을 기존 손해액의 3배에서 5배로 상향했다. 또 사용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악의적인 상표 선점 행위에 대해선 심사 단계부터 거절할 수 있도록 했으며 해당 상표에 대해 누구나 이의신청 또는 무효심판을 청구할 수 있게 했다. 이는 상표 분쟁으로 인한 행정력 낭비를 막고 국가 이미지를 높이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특허청 상표심사관을 지낸 이종기 변리사(중과특허법률사무소)는 "중국은 미·중 무역 분쟁을 거치며 외국과의 불필요한 마찰을 줄이기 위해 악의적 상표 선점 행위를 강력하게 단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중국은 악의적 상표 선점행위를 단속하는 특별행동을 펼쳤다"며 "적발 기업에 대해선 명단 공개, 세무조사, 정부 지원사업 배제 등의 조치를 내놨다"고 전했다. 또한 "이전까진 중국 시장에서 상표권이 선점당했을 때 우리 기업이 소송을 제기하면 법원에서 불리할 것이라는 의구심 때문에 진행하지 않았다면, 이제는 적극적으로 법적 대응을 고려해도 좋을 만큼 환경이 개선됐다"고 밝혔다.

2019년 김광춘이 운영한 상표거래 사이트. 하림 상표를 클릭하니 상표 판매 가격(3만 위안)과 김광춘의 연락처가 나왔다. [이미지 출처= 특허청]

2019년 김광춘이 운영한 상표거래 사이트. 하림 상표를 클릭하니 상표 판매 가격(3만 위안)과 김광춘의 연락처가 나왔다. [이미지 출처= 특허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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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표 800건 출원한 김광춘 ‘조용’…동남아 피해 주의= 그동안 우리 기업을 괴롭혔던 상표 브로커 김광춘의 활동의 뜸해진 것도 중국 정부의 이같은 움직임과 무관하지 않다. 상표 브로커란 우리기업 관련 상표를 해외에서 3건 이상 다수 출원한 상습 상표 도용 의심자를 칭한다. 특허청에 따르면 김광춘은 지난해부터 자신의 이름으로 우리 기업의 상표를 무단선점하는 행위를 멈춘 상태다.


중국 동포로 알려진 김광춘은 그동안 페이퍼 컴퍼니 10곳을 설립해 800여건 이상의 상표권을 중국에 출원해왔다. 파리바게뜨(SPC), 설빙, 꼬지사께, 떡담 등 요식업 프랜차이즈를 타깃으로 삼고 유사 상표를 등록했다. 상표를 선점해 제 3자에게 되팔거나 우리 기업에 비용을 요구하는 수법을 썼다. 그는 2019년 상표거래 사이트를 운영했는데 하림 상표를 클릭하니 상표 판매 가격 3만 위안과 김광춘의 연락처가 나오기도 했다.

물론 중국 내 상표권 침해 문제로 피해를 보는 우리 기업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특허청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중국 내 신규 상표 브로커는 전년 동월 대비 127개 늘었다. 특허청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법률적 대응에 취약한 중소·신생 브랜드를 중심으로 상표 브로커들이 활동하고 있다"며 "식품, 화장품, 프랜차이즈 등 한류 중심 업종에 집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수의 상표를 무분별하게 선점하기 보다는 한 가지 상표를 상품 분류별로 다양하게 등록하는 추세"라고 했다.


최근 한류붐을 타고 동남아시아로 진출하는 기업이 늘어나면서 상표 도용·선점 피해가 중국 외 주변국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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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속한 상표권 출원과 모니터링·관리해야"= 전문가들은 기업인에게 "상표 출원할 표장과 상품이 확정되면 신속히 출원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내 출시 상품이 온라인 플랫폼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해외에 공개되면 상표 브로커에 의한 무단선점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일단 무단 선점되면 해외 사업 진출이 지연되는 등 손해가 발생하기 때문에 사업 준비 단계부터 중국 상표 출원은 필수다. 중국뿐만 아니라 진출 예정 국가 내 자사가 보유한 상표가 선 등록 또는 사용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누군가가 악의적으로 무단 등록해 권리를 선점하고 있다면 이의신청, 무효심판 등을 통해 권리를 회수해야 할 것이다.


상표 등록 후에도 무단사용에 대한 모니터링을 주기적으로 하고, 악의적 사용자에게는 내용증명, 경고장 등을 발송해 소비자로 하여금 혼동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특허청은 해외 진출 기업이 지식재산권 분쟁에 대비할 수 있도록 특허법인 등 전문가를 통한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특허청의 상표·디자인 대응전략 지원실적은 2020년에 87건, 지난해 138건, 올해 150건으로 확대되고 있다. 뽀로로로 유명한 애니메이션 콘텐츠 제작사 아이코닉스가 이 지원사업을 통해 중국내 상표 무단 선점 대응 전략을 세우고, 무효심판 29건을 제기해 25건을 승소했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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