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매운동 폭탄' 맞아 완전 자본 잠식 된 '무인양품'

1980년 일본에 설립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잃어버린 10년'에도 성장했으나 올해 '완전 자본 잠식'

무인양품 매장의 모습.[이미지 출처=블룸버그]

무인양품 매장의 모습.[이미지 출처=블룸버그]


[아시아경제 이현정 기자] 무인양품은 1980년 일본에 설립된 라이프스타일 기업이다. 의류와 가정용품, 식품 등 일상 용품을 기획·개발하고 제조·유통·판매까지 한다. '무인양품'이라는 이름에서처럼 브랜드는 없고(무인), 좋은 물건(양품)이 있는 곳이다. 마트에서 형태가 조금 망가져 정상 판매할 수 없는 표고버섯을 따로 모아 국이나 찌개용으로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했던 것에서부터 시작해 품목 수를 늘리고 브랜드로 발전했다.


무인양품은 제품명인 '평평하게 펴지는 노트'나 '쌓을 수 있는 수납함' 등에서 알 수 있듯 브랜드 각인이 없는 단순한 형태로 제조 공정을 간소화해 원가를 낮추는 방향으로 가격과 디자인을 모두 잡았다. 조잡한 수준의 일본 공산품에 모던하고 단순한 디자인을 도입해 일본의 디자인 수준을 한 차원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무인양품은 홈퍼니싱 시장에서 미니멀리즘 트렌드를 이끌며 1인 가구들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1991년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불리는 장기불황에도 성장 가도는 계속됐다. 이 기간 무인양품 매출은 440%가 성장했고, 경상이익(영업이익에 영업외수익을 가산하고 영업외비용을 공제한 값)은 1만700% 증가했다.


국내에는 2004년 12월 양품계획과 롯데상사가 6 대 4의 지분으로 무지코리아를 설립하며 진출했다. 국내 매장은 대부분 롯데 유통의 계열사 안에 입점해 있다.


2019년 일본의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 규제에 맞서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벌어지면서 무인양품은 지난해 9월부터 올 8월 30일을 기준으로 43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까지 3년간 누적적자가 약 250억원이다. 지난 9월에는 경기 성남 분당에 처음으로 냈던 매장을 영업 5년 만에 종료하기도 했다.

사업 악화로 무인양품의 자본도 잠식 상태에 빠졌다. 직전 회계연도 자본총계가 18억원 수준에서 올해 회계연도 기준 손실 43억원까지 급감하며 '완전 자본 잠식' 상태에 이르렀다. 자본이 자본금보다 작은 경우 '부분 자본 잠식'이라 하고, '부분 자본 잠식'이 악화해 자본이 마이너스가 되면 '완전 자본 잠식'이라 한다. 이익잉여금이 마이너스일 때를 나타내는 결손금도 직전 회계연도 약 184억원에서 이번 회계연도 약 245억원으로 늘었다. 다만 무인양품은 상장사가 아니기 때문에 이로 인한 직접적인 타격은 없다.


일본제품 불매운동 당시 자주라는 국내 대체 브랜드를 찾은 소비자들의 구매 습관이 굳어지면서 무인양품의 실적은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자주의 공격적인 확장에 대응하는 가격 정책의 변화, 온라인 스토어의 성장 등이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




이현정 기자 hyunju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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