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먼 우주에 위치한 거대한 은하의 심장(?)인 초대질량 블랙홀이 생생하게 촬영된 매혹적인 천체 사진이 공개됐다.
유럽 남부 천문대(European Southern ObservatoryㆍESO)는 지난달 23일 지구에서 약 4500만광년 떨어진 화로 자리의 은하 NGC 1097을 관측한 사진을 대중들에게 공개했다. 이 사진은 지난 2월 ERIS 장착 후 초기 테스트를 거쳐 지난 8~11월 사이에 실시된 두 번째 관측 프로그램 진행 도중에 촬영됐다. 둥근 고리 모양의 NGC 1097 은하계 내부에 뿌옇게 보이는 먼지들이 압권이다. 또 고리에서는 별들의 탄생지에서 발견되는 밝고 뜨거운 새로 형성된 별들의 성단을 나타내는 밝은 점들이 관측됐다.
특히 반짝이는 고리의 중심부에서 주변의 가스ㆍ먼지 같은 물질을 집어삼키면서 방사선을 내뿜고 있는 초대질량 블랙홀이 뚜렷하게 관찰되는 게 큰 특징이다. 강성주 국립과천과학관 천문학 박사는 "초대질량 블랙홀은 원래 눈에 보이지 않지만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는 가스나 먼지들이 밝게 빛나면서 사실상 존재가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관측 사진은 칠레 북부 소재 '세로 파라날(Cerro Paranal)' 지역에 위치한 천체망원경 VLT(Very Large Telescope)에 ERIS(Enhanced Resolution Imager And Spectrograph) 장비를 장착해 촬영한 결과였다. 지난 2월 가동이 시작된 ERIS는 앞으로 최소 10년간 태양계ㆍ외계행성은 물론 NGC 1097과 같은 원거리 은하계들을 관측할 수 있는 적외선 장비(NIX) 등이 포함된 장치다.
근적외선 카메라 시스템인 NIX는 별에서 오는 빛을 차단할 수 있는 코로나그래피를 사용해 그 별 근처의 희미한 물체를 더 잘 볼 수 있도록 해준다. 파란색, 녹색, 빨간색, 및 짙은 홍색(마젠타) 등 4가지 필터를 사용한다. 또 3D 분광기(SPIFFIER)을 사용해 망원경의 시야에 잡히는 모든 화소에서 빛의 스펙트럼을 수집해 해당 화소에 어떤 파장의 빛이 얼마나 존재하는지 측정할 수 있다. 이를 이용해 천문학자들은 우리 은하계 중심에 있는 초거대질량 블랙홀인 궁수자리 A*(Sagittarius A*) 주변의 별들이 얼마나 빨리 공전하는지를 살펴보는 등 지구에서 멀리 떨어진 은하계의 움직임도 세밀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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