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는 한주의 마지막 거래일인 2일(현지시간) 보합권에서 혼조 마감했다. 고용시장이 여전히 강력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기대가 다소 후퇴한 모습이다. 특히 높은 임금 상승률이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하며 Fed가 예상보다 더 매파적으로 갈 수도 있다는 진단이 쏟아진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34.87포인트(0.10%) 오른 3만4429.88에 거래를 마쳤다. 반면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4.87포인트(0.12%) 낮은 4071.70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20.95포인트(0.18%) 떨어진 1만1461.50에 장을 마감했다.
장중 내내 약세를 보였던 3대 지수는 장 마감 직전 낙폭을 줄여 일제히 보합권에서 거래를 마쳤다. 다만 주간 기준으로는 3대 지수 모두 플러스를 나타냈다. 며칠 전 Fed의 속도 조절 예고로 인해 금리에 민감한 기술주 중심인 나스닥지수의 주간 상승폭이 2.1%로 가장 두드러졌다.
업종별로는 S&P500 11개 업종 중 소재, 산업, 헬스 등 5개 업종이 상승세로 마감했다. 기술, 부동산 등 나머지 6개 업종은 하락세를 보였다. 클라우드 시큐리티 기업인 지스케일러는 강력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전장 대비 10.73% 미끄러졌다. 마벨테크놀로지는 기대 이하 실적에 향후 가이던스까지 낮추면서 1.50% 하락 마감했다. 음식배달서비스기업인 도어대시는 RBC캐피탈마켓이 성장 둔화, 경쟁 심화를 우려하며 등급을 하향한 후 3%이상 밀렸다.
투자자들은 이날 공개된 11월 고용상황 보고서를 주시하며 Fed의 12월 금리 결정에 대한 힌트를 찾고자 했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의 비농업 일자리는 26만3000개 늘었다. 이는 전문가 전망치 20만건을 훨씬 상회한다. 실업률은 전월과 동일한 3.7%로 50여년래 최저치에 가까운 수준을 나타냈다. 이처럼 고용시장이 예상보다 강력한 수준을 나타내자 시장에서는 Fed가 예상보다 매파적 행보를 보이며 더 오래 높은 수준의 금리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했다.
특히 시장에서는 임금상승률이 높아지고 있음을 경계했다. 시간당 평균 임금은 전월보다 0.6% 급등해 지난 1월 이후 최대폭 상승을 기록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의 두 배에 이른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5.1% 상승해 10월 상승폭(4.9%)을 웃돌았다.
블리클리 파이낸셜 그룹의 피터 부크바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채권과 주식시장 모두 놀라게 한 것은 깜짝 임금상승이었다"면서 "오늘 강력한 지표는 제롬 파월 Fed 의장이 지난 수요일에 강조했던 인플레이션 장기화 우려와 일치한다"고 지적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이코노미스트들은 "Fed가 할일이 더 많고, 노동시장 미스매치가 더 커질 수 있음을 나타냈다"면서 최종금리가 5~5.25%까지 올라갈 것으로 내다봤다.
노동 수요가 공급을 훨씬 웃도는 미스매치가 어이질 경우 인력난에 처한 기업들이 인력 확보를 위해 임금을 올릴 수 밖에 없다. 이는 결국 다시 인플레이션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는 파월 의장이 브루킹스연구소 연설에서 속도 조절을 시사하면서도 "노동시장이 먼저 진정돼야 한다"고 지적한 이유기도 하다. 이 자리에서 파월 의장은 최근 높은 임금상승폭으로 인해 인플레이션을 잡기 쉽지 않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날 고용보고서 발표 후 연방기금금리선물시장에서 투자자들은 내년 3월 금리 5~5.25% 가능성을 36%이상으로 내다봤다. 당장 12월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에 큰 변화가 생긴 것은 아니지만, 예상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금리를 오래 유지할 것이라는 베팅은 높아졌다.
다만 신중론도 나온다. 안나 한 웰스파고시큐리티스 부사장은 "파월 의장의 연설 이후 단 하나의 강력한 노동지표로는 충분하지 않다"면서 "(Fed는) 인플레이션 추세를 보고 있다. 이 점이 시장을 진정시키고 압력을 덜어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욕채권시장에서 국채금리는 일제히 올랐다가 다시 하락했다.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날 3.525%에서 이날 3.502%로 마감했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금리는 4.254%에서 4.287%로 거래를 마쳤다. 달러화는 소폭 약세를 나타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달러화지수)는 0.2% 밀린 104.5선에서 움직였다.
국제유가는 오는 4일 산유국 회의를 앞두고 소폭 떨어졌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내년 1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1.24달러(1.53%) 하락한 배럴당 79.9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다만 이번주 내내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완화, 달러화 약세 등 여파로 주간 상승폭은 4.85%에 달했다.
유럽연합(EU)은 러시아 원유 가격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이날 상한 가격을 배럴당 60달러로 합의했다.이는 현재 70달러선에 거래 중인 러시아 우랄산 원유 가격을 10달러가량 하회하는 수준이다. 이에 따라 EU 27개 회원국은 오는 5일부터 국제적 협력국과 함께 러시아가 원유를 배럴당 60달러 이하에 각국에 판매할 수 있도록 강제한다. 상한액을 넘어 수출되는 러시아산 원유에 대해서는 보험, 운송 등 해상서비스가 금지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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