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수도권 직장인 김영애(51·여)씨는 최근 은행으로부터 받은 문자메시지를 보고 깜짝 놀랐다.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를 겪으며 생활비를 메우기 위해 2년여 전 마이너스통장을 만들었는데, 마이너스 통장 금리가 7.21%까지 올랐다는 통보를 받아서다. 김씨는 "시작할 땐 금리가 3%대였고, 거액을 쓸 게 아니라 받아두는 게 득이라 생각했다"면서 "한 달에 20만~30만원씩 이자를 내느니 적금을 깨서 상환하는게 낫겠다 싶어 상환해버렸다"고 했다.
시중은행의 '신용한도대출(마이너스통장)' 금리가 7%대를 넘어 8%대를 목전에 두고 있다. 서민의 급전창구로도 불리는 마이너스통장의 금리가 이처럼 급등하면서 차주들은 대출액을 계획보다 앞당겨 상환하는 등 홍역을 치르고 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의 지난 25일 기준 마이너스통장 신규 대출금리는 6.58~7.98%(금융채 6개월물 기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별론 KB국민은행의 경우 1등급 기준 6.58~7.98%, 신한은행은 6.87~7.77%, 우리은행은 6.67~7.67%, 하나은행은 6.72~7.32%, NH농협은행은 7.43~7.83% 등이다. 지난해 말 4대 은행의 마이너스통장 평균 금리가 4.26%(전국은행연합회 공시)에 그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파른 오름세를 나타낸 것이다.
이 같은 마이너스통장 금리 급등의 원인으론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과 이에 따른 채권 금리 상승이 꼽힌다. 마이너스통장 금리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 AAA등급 6개월물의 금리는 연초까지만 해도 1.591%로 낮은 수준이었으나 한국은행의 지속적인 기준금리 인상의 여파 등으로 이달 들어선 4.681%까지 올랐다. 1년물 금리 역시 같은 기간 1.719%에서 4.898%로 3%포인트 이상 급등했다.
마이너스통장 금리가 급등하면서 차주들은 대출액 상환에 나서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8월말 기준 5대 은행의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45조199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8.3%, 계좌 수는 300만7000좌로 3.3%가량 줄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은이 최종금리 상단을 3.50~3.75% 수준으로 예고한 만큼 대체적인 금리 상승은 불가피할 것"이라면서 "차주들도 가능한 한 대출액 상환에 나서고, 보험약관대출 등 저렴한 대출상품으로 갈아타기를 시도하는 양상"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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