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 인공지능(AI)이 전문의를 뛰어넘었다. 각종 검사를 판독하는 영역에서 의사보다 인공지능의 판단이 더욱 정확하다는 연구가 연이어 나오고 있다. 머신러닝 기법으로 수많은 사례를 단숨에 학습할 수 있는 인공지능의 특성상 그 정확도는 시간이 갈수록, 데이터가 쌓일수록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28일 의료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세계적 권위의 저널 ‘네이처(Nature)’의 자매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는 흥미로운 주제의 논문이 하나 게재됐다. 머신러닝을 적용한 인공지능이 엑스레이 사진 분석에서 전문의 5명보다 우수한 정확도를 보였다는 내용이었다.
영국 배스대학교의 머신러닝 정확도를 검증하기 위해 진행된 이번 연구는 엑스레이 사진 2364개의 고관절 골절 유무 진단 정확도를 파악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그 결과, 전문의의 교차 진단 정확도는 77.5%에 그쳤지만 인공지능은 92%로 19%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전문의는 최대 5명에 걸쳐 판독을 검증했음에도 인공지능이 훨씬 뛰어난 정확도를 보인 것이다.
국내에서도 이와 비슷한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 여의도성모병원 안과병원 황호식 교수 연구팀은 인공지능으로 눈꺼풀 마이봄샘 영상을 판독하는 기술을 개발해 정확도를 입증했다. 마이봄샘은 눈꺼풀에 있는 일종의 피지샘으로, 마이봄샘 기능장애는 안구건조증의 대표적 원인이다. 연구팀이 인공지능을 학습시킨 후 판독 결과를 2명의 안구건조증 전문의와 비교했더니, 마이봄샘 소실 정도의 검증 정확도에서 인공지능이 73.01%로 전문의(53.44%)보다 우세했다. 재현성 검증을 위해 고려대안산병원에서 촬영된 600장의 마이봄샘 사진을 학습한 결과와 전문의들이 마이봄샘 소실을 평가한 결과를 비교했을 때도 인공지능이 더 높은 정확도를 보였다.
이와 함께 노원을지대병원 신경과 유일한 교수 연구팀은 최근 근전도 검사에서 인공지능의 판독이 전문의보다 정확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2015~2020년 근육병이 의심돼 근전도 검사를 받았던 환자 57명의 데이터를 인공지능에 적용, 분석했다. 이를 통해 확인한 인공지능의 정확도는 88%, 민감도는 82%, 양성 예측도는 86%였다. 반면 6명의 의사가 같은 조건으로 근전도 검사를 판독한 결과 정확도는 69%, 민감도는 54%, 양성 예측도는 60%에 그쳤다. 특히 인공지능은 최종 진단을 내놓는데 1초면 충분했으나, 의사들은 평균 30~40분가량 소요됐다. 유 교수는 “인공지능을 이용한 근전도 판독이 빠르고 정확했다”며 “인공지능 판독이 근전도에도 적용된다면 신경 근육 질환자를 더 정확하고 빠르게 진단하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인공지능의 판독 정확도 발전은 궁극적으로 의사의 판독을 보조해 업무 부담을 경감시킬 수 있는 데다 신속·정확한 진단이 가능해 의료서비스 전반의 질 향상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영상 판독 전문의가 부족한 의료 소외지역에서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의료계는 보고 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