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주요7개국(G7)과 유럽연합(EU)이 추진 중인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가격상한제 도입과 관련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경고했다. 러시아 정부가 가격상한제에 참여한 국가들에는 원유와 가스 수출을 중단하겠다고 재차 압박하면서 가격상한제를 둘러싼 서방과의 마찰은 한층 심화될 전망이다.
25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모하메드 시아 알수다니 이라크 총리와의 전화통화에서 "가격상한제 도입은 시장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라며 "서방국가들의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 도입은 세계 에너지 시장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도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가격상한을 배럴당 65달러~70달러로 정하겠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가격 수치"라며 "푸틴 대통령은 당분간 가격상한제에 가담한 국가에 석유와 가스를 공급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으며, 해당 입장을 공식발표하기 이전에 상황을 분석해볼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내에서는 배럴당 70달러선에서 가격상한제가 발표될 경우, 당장 러시아 경제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진 않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러시아는 이미 중국과 인도 등에 배럴당 70달러 안팎의 가격에 석유를 수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타스통신은 "현재 러시아 석유는 배럴당 70달러 안팎으로 할인된 가격에 수출되고 있으므로 65~70달러의 가격상한선이 실시될 경우, 당장 경제적으로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며 "그러나 앞으로 G7국가가 여기에 참여하고 주요 석유수입국들이 참여하도록 설득하면, 향후 유가가 재급등할 때는 장기적으로 전략적 의미를 가질 수 있으며 이들은 가격상한선을 계속 낮추려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EU내에서는 러시아산 원유가격 상한액을 두고 회원국간 이견이 심해지면서 좀처럼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폴란드를 중심으로 러시아와 인접한 동유럽 국가들은 배럴당 65~70달러선의 가격상한액은 러시아에 별다른 타격을 주지 못할 것이라며 러시아산 석유의 생산단가인 20달러선 이하로 낮출 것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러시아산 석유를 비롯한 유조선의 해상운송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그리스와 키프로스, 몰타 등에서는 70달러선 아래로 가격상한액을 낮추는데 반대하고 있다. G7과 EU는 가격상한제를 내달 5일부터 시행한다는 계획이지만, 상한액 결정이 지연되면서 실제 적용시기가 늦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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