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방제일 기자] 세계보건기구(WHO)가 세계 각국에서 유행하고 있는 '원숭이두창(Monkeypox)'을 'M두창(MPOX)'으로 개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 매체 폴리티코는 22일(이하 현지시간) 소식통 3명을 인용해 WHO가 이 병에 대한 '낙인 효과'를 지우기 위해 병명을 개명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WHO는 올여름 공개토론을 거쳐 '원숭이두창'을 대체할 새 이름을 찾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 확산에서는 인간 간 전염이 대부분이고 전 세계에서 유행하고 있는 만큼 이런 이름이 부정확하고 아프리카계 등 특정 인종이나 집단에 대한 차별을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해서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이는 '원숭이'두창('몽키'폭스)이라는 기존 명칭이 원숭이(몽키)에 대한 혐오를 부추기는 낙인 효과를 줄 수 있다는 우려에 기초한 판단으로 보인다. WHO는 아프리카 풍토병으로만 간주되던 원숭이두창이 약 40개국으로 퍼지던 올해 6월부터 개명 논의에 착수해왔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이 병명이 유색인종에게 찍힌 낙인을 악화하고 있으며 개명이 늦어지면서 백신 접종 계획에 차질이 생기고 있다고 우려를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폴리티코는 소식통을 인용해 바이든 정부 관료들이 개명을 서두르지 않으면 따로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WHO 지도부를 압박했다고 전했다.
또 보건 전문가들은 관련 보도에 아프리카 환자 사진을 쓰는 것을 경계했으며, 원숭이두창 계통 분류 때도 발생 지역이 아닌 발견 시기에 따라 문자와 숫자로 표기하자고 제안했다.
아프리카 외신협회와 국제 과학자 30여 명 단체 또한 재차 원숭이두창이란 이름은 차별적이고 낙인효과를 낳는다며 긴급한 개명 필요성을 제기했다.
원숭이두창은 1950년대 아프리카 원숭이에게서 처음 발견돼 이 같은 이름이 붙었지만 쥐나 다람쥐 등 설치류에도 퍼졌다. 이후 수십 년간 중앙아프리카와 서아프리카 약 12개국에서 고유종으로 자리 잡은 인수 공통 감염병이 됐다. 그러나 올해 5월 영국을 시작으로 비(非) 풍토병 지역으로 원숭이두창이 확산하자 개명 논의에 속도가 붙은 것으로 보인다.
한편, WHO와 세계동물보건기구(WOAH),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공동 권고안에 따르면 질병의 이름은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 특히 특정 문화, 사회, 국가, 지역, 직업 또는 인종 그룹에 불쾌감을 줘선 안 된다. 개명 공식 발표는 이르면 23일 이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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