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 글로벌 주요국의 공급망 실사 의무 시행을 앞두고 대비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4일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주요국 공급망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리 정책 동향 및 모범사례’ 보고서에서 독일이 당장 내년부터 인권 보호, 환경 영향에 중점을 둔 공급망 실사를 실시한다며 실사 의무에 간접 공급업체까지 포함돼 국내 기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독일 공급망 실사법에 따르면 주요 내용 위반 시 800만유로(약 111억4000만원) 또는 전 세계 연매출의 최대 2%까지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유럽연합(EU) 역시 올해 2월 지속가능한 공급망 실사 지침 초안을 발표했다. 향후 입법 완료 시 역내·역외 대·중견기업을 대상으로 공급망 내 잠재적 ESG 리스크에 대한 실사가 의무화될 예정이며 대상 기업은 역내 기업만 1만2800개, 역외까지 총 1만6800개다. 공급망 전반에 걸쳐 국내 기업 영향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대비가 잘 안 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컨설팅기업 가트너가 올해 ESG 요소를 고려한 공급망 '톱25' 기업을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 기업은 한 곳도 속하지 못했다. 공급망 관리 우수기업의 경우 미국이 14개, 중국·영국·프랑스·독일이 각 2개씩 차지했다.
보고서는 글로벌 기업들의 공급망 ESG 실사 사례를 소개하며 업종별로 상이한 실사 이슈가 있는 만큼 우리 기업도 업종에 맞는 실사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컨대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는 분쟁 광물 조달, 공급망 상에서의 환경적 영향이 주요 실사 이슈다. 패스트 패션 기업 자라의 모기업 인디텍스와 나이키는 강제노동, 아동노동 등 노동·인권 실사를 중점적으로 진행한다.
또 실사 이슈는 국경의 문제가 아닌 업종 간의 문제로 주요 다국적 기업이 주도·참여하는 자발적 이니셔티브 활용을 통한 대응도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기업이 업종별 글로벌 이니셔티브에 활발히 참여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과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공급망 ESG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선제 경보 시스템 등 인프라 구축과 함께 당장 대비 역량이 부족한 중견·중소 기업의 지원책 마련 등을 대응책으로 제시했다. 김준호 전경련 ESG팀장은 "최근 미국과 EU의 반도체 공급망 모니터링을 위한 조기경보 메커니즘 공동 개발 계획이 참고할만한 사례가 될 것"이라며 "주요국과의 ESG 실사 공동 대응 체계 마련이 효율적인 공급망 실사 대비책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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