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호남취재본부 박진형 기자] MBC 기자와 대통령실 비서관의 공개 설전 이후 윤석열표 소통 방식인 도어스테핑(출근길 약식회견)이 자취를 감췄다.
구중궁궐로 불린 청와대를 청산하고 용산 시대의 상징과도 같았던 이 회견이 별안간 중단된 것을 두고 "대통령실의 지나친 감정적 대응"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이번 사태는 몇 년 전 광주광역시 남구의회 '기자실 폐쇄'라는 결과를 불러온 인터넷 매체의 '갑질'을 떠오르게 한다.
기자 2~3명이 기자실에서 상습적으로 담배를 피우고 술 냄새를 풍기며 여직원에게 커피 심부름까지 시키는 추태를 부렸다.
이 사건 이후(2015년 말~2016년 초) 기자실 명판이 떼어졌다.
사무 공간이 부족하다는 게 공식적인 이유였지만, 복수의 정치권 관계자는 "기자 갑질의 여파로 폐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특정 기자를 출입 제한하는 다른 조치도 가능했을 것이다. 바바리 맨을 막기 위해 전국의 의류회사에 트렌치코트 생산을 중단하라고 명령하는 것과 같은 엉뚱한 해법이다.
남구의회는 광주지역 5개 기초의회 중에서 유일하게 기자실이 없다.
현재까지 기자실 폐쇄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과거 일을 명분 삼아 언론 감시망에서 벗어나겠다는 의도가 내심 깔린 건 아닌지 묻고 싶다.
한 의원은 "기자실 설치의 취지에 공감하지만 현재 공간이 부족해서 마땅한 대안이 없다"고 해명했다.
남구의회는 기자실을 없앤 뒤 집행부 대기실을 만들었기 때문에 유휴 공간이 없는 건 맞는 말이다.
하지만 남구청(7~8층 등)과 남구의회(9층)는 같은 건물에 있어서 '집행부 대기실'이 꼭 필요한지 물음표가 찍힌다.
동구와 동구의회는 서로 다른 건물에 자리잡고 있어도, 의회에 집행부 대기실을 따로 두지 않았다.
동구의회 관계자는 "집행부가 바로 옆에 있기 때문에 대기실이 없더라도 아무런 불편이 없다"고 전했다.
누군가 남구의회에 기자실이 없으면 몇 계단 내려가 남구청 기자실을 이용하라는 대안까지 손수 제시해줬지만, 속사정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남구의회를 출입하는 정치부 기자가 남구청을 들어가는 사회부 기자의 범위를 침범하라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기자실은 단순히 기사 송고의 편리성만을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다.
눈앞에 경찰차가 보이면 그 자체로 범죄 예방 효과가 있다. 의회와 지근거리에 있는 기자실은 권력에 대한 감시의 용이성 등 여러 이점이 많다.
언론사 출신 의장이 이끄는 제9대 남구의회에서 의원 한 명이 '기자실 부활'의 운을 뗐다곤 하지만 그 뒤 별다른 소식이 들리진 않는다.
특정 매체 기자만 초청해 간담회를 개최하며 '선택적 소통'을 하는 관행을 구차하게 언급하진 않더라도, 앞으로 마련될지 모르는 기자실이 '민주적 소통 창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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