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세종=이준형 기자] 체코 대표단이 한국의 첫 수출 원자력발전인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을 찾았다. 바라카 원전 시찰을 통해 한국의 원전 건설·운영 능력을 점검하기 위해서다. 한국수력원자력이 뛰어든 8조원 규모의 체코 원전 수주전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2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체코 대표단은 21일 UAE에 입국해 이날 바라카 원전을 방문했다. 대표단은 토마쉬 에흘레르 체코 산업통상부 원자력에너지 담당 차관 등 체코 정부 관계자 12명으로 구성됐다. 대표단은 바라카 원전을 살펴본 후 23일까지 UAE에 머무르며 한수원 측과 면담을 진행할 계획이다.
체코가 바라카 원전을 찾은 건 자국 원전 프로젝트 예비사업자를 평가하기 위해서다. 체코는 남동부 두코바니 지역에 1200MW급 이하 가압경수로 원전 1기를 짓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사업 규모는 60억유로(약 8조3000억원)로, 지난 3월 본입찰이 개시됐다. 한수원은 본입찰이 마감되는 이달 말 입찰서를 제출할 방침이다. 경쟁국은 미국, 프랑스 등 2개국이다.
눈여겨 볼 건 체코 대표단이 한국 내 원전이 아닌 바라카 원전을 찾았다는 점이다. 바라카 원전은 한국이 2009년 UAE에서 수주한 첫 수출 원전이다. 2012년 착공한 후 지난해와 올해 잇따라 1·2호기 상업운전에 성공하며 한국의 원전 경쟁력을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바라카 원전 3·4호기는 각각 내년과 2024년 상업운전을 시작한다. 체코 정부는 지난해 "한국은 바라카 원전으로 원자력 파트너로서의 가치를 입증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한수원의 체코 원전 수주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한국 원전의 가격경쟁력은 세계 최고 수준인 데다 경쟁국 대비 예정된 예산과 공기를 준수한다는 장점이 있어서다. 실제 세계원자력협회(WNA)에 따르면 한국의 원전 건설단가는 kW당 3571달러로 미국(5833달러)의 61% 수준에 불과하다. 또 다른 경쟁국인 프랑스(7931달러)와 비교하면 2배 이상 낮다.
변수는 웨스팅하우스다. 웨스팅하우스는 지난달 미국 법원에 한국전력 과 한수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한국형원전(APR-1400)에 자사 기술이 쓰여 한국이 체코 등 다른 국가에 APR-1400을 독자적으로 수출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웨스팅하우스는 APR-1400 수출시 자사와 미국 에너지부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한국이 이미 핵심기술 자립에 성공한 만큼 웨스팅하우스의 승소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이번 소송이 웨스팅하우스 지분 51%를 보유한 캐나다 사모펀드 브룩필드의 전략적 소송이라는 시각도 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소송은) 웨스팅하우스 몸값을 올려 매각하려는 브룩필드의 전략"이라며 "한국이 웨스팅하우스에서 기술을 전수받을 때 미국 외 국가에는 자유롭게 수출할 수 있는 계약도 맺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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