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아시아경제 오규민 기자] 경찰이 코인(가상화폐) 리딩방을 통해 이른바 설거지 방식으로 수십억원을 챙긴 혐의를 받는 일당을 수사 중이다. 기존 코인 상장을 미끼로 투자금을 가로챈 방식이 아닌 거래소 내 가상화폐를 가지고 ‘시세 조종’을 한 것이 특징이다.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지난 4월부터 사기, 범죄단체조직·가입,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일당 70여명에 대해 수사 중이다. 이들은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 텔레그램 등에 코인 리딩방을 개설해 ‘풀매수’를 유도한 후 피해자들이 코인을 사면 즉각적으로 매도하는 설거지 방식으로 약 11억원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이들은 자신들을 'nn코인‘, ’조선경제TV' 등의 코인트레이더라고 소개하며 코인정보를 공유해주거나 코인 종목을 추천했다. 이를 조금씩 적중시켜 신뢰를 쌓은 후 큰 수익이 나는 코인에 대해선 단체방이 아닌 개별 담당자를 통해 정보를 알려줬다. 이후 이들은 “몇 일간 대기하고 있으면 최대 300%의 수익이 난다”며 피해자들에게 돈을 준비해 자신들이 추천한 코인에 투자하라고 종용했다. 이들은 약 150만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를 내세우거나 자신을 ‘팀조커 헤드트레이더’라 칭하며 유튜브를 통해 코인으로 엄청난 자산을 불리고 있다며 해당 코인들을 홍보했다고 피해자들은 설명했다.
이후 해당 코인 가치가 하루 만에 ‘반토막’ 이하로 떨어지는 상황이 벌어졌다. 구체적으로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코인거래소 빗썸의 바이오패스포트, 업비트의 온버프, 빗썸의 어댑터토큰, 코인원의 마이스라는 코인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약 150만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를 내세우거나 자신을 ‘팀조커 헤드트레이더’라 칭하며 유튜브를 통해 코인으로 엄청난 자산을 불리고 있다며 해당 코인들을 홍보했다고 피해자들은 설명했다.
원본보기 아이콘피해자들은 이 같은 상황이 같은 날에 여러 채팅방을 통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다며 코인트레이더들이 ‘시세 조종’을 조직적으로 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에 70여명의 피해자를 모아 지난 4월 이들에 대해 고소장을 제출했다. 최대 1억원의 피해를 입은 피해자도 있으며 실제 1개 채팅방에 접속해 있던 인원이 1500명 이상인 경우도 있어 피해자가 더 많을 수도 있다는게 이들의 설명이다.
또 피해자들에 따르면 이들은 홍보 블로그 이름을 바꾸거나 새롭게 단체 채팅방을 만들어 아직도 활동하고 있다.
피의자들은 경찰 조사에서 “정당하게 나름 분석한 코인을 추천했는데 운이 좋지 않아 (가치가) 떨어졌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 법률대리인 정헌수 법무법인 써밋 변호사는 “지금까지 코인 ‘사기’와 달리 거래소에서 통용되는 가상화폐의 시세를 조종한 점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일반 주식과 달리 코인 사기는 입법적 미비 있어 (이 사건의 경우) 단순 투자 권유로 판단되면 사기로 보기 어려워 계속해서 확인 및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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